환율안정법 처리후 稅혜택 소급 적용…서학개미 복귀 빨라지나[RIA 계좌 23일 출시]
[여야, 세부사항 변경 합의]
법사위 통과만으로 선제적 도입
환율 1500원 돌파에 특단의 조치
주식 매도시점따라 감면율 달라져
코스피에 자금 유입 기대 크지만
기간 1년 한정…단기처방 우려도
입력2026-03-22 17:34
수정2026-03-22 23:39
지면 4면
당국이 국회의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음에도 국내시장복귀계좌(RIA)를 출시하기로 합의한 데는 고환율 장기화에 대한 위기감이 깔려 있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기자 RIA 세제 혜택을 담은 ‘환율 안정 3법’의 입법 지연을 더는 감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여야는 RIA 계좌를 23일 출시하기로 합의하고 세제 혜택은 법 통과 이후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국회에서 ‘환율 안정 3법’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19일 본회의 상정이 무산된 바 있다.
중동전쟁 여파로 고유가와 외국인투자가의 주식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넘긴 게 촉매제가 됐다는 평가다. 원·달러 환율은 19일 1501원에 마감해 2009년 3월 10일(1511.5원)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20일 종가도 1500.6원으로 이틀 연속 1500원대를 기록했다. 월별로 보면 이달 20일까지 평균 1483.4원으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 3월(1488.87원) 수준에 근접했다. 특히 군사시설 공습을 넘어 에너지 인프라 피해가 커질 경우 환율이 1500원대 중반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원칙적으로는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정식 입법 절차를 거친 뒤 시행해야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법안 부칙에 ‘시행 전 가입 계좌도 시행일에 가입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을 근거로 삼아 법사위 통과만으로 제도를 먼저 가동하도록 적극적인 유권해석에 나선 것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최근 워낙 환율 상황이 안 좋은 데다 유가도 치솟고 있다”며 “RIA 출시가 더 늦춰지면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일단 법사위 통과만으로 계좌를 출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법안 논의가 지연되며 증권사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점도 감안한 조치다. 증권사들은 이미 RIA 계좌 출시를 위한 준비를 마쳤으나 입법 절차가 지연되며 혼란을 겪었다.
RIA 도입의 출발점은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 확대다. 국내 증시 대비 높은 수익률을 좇아 개인 자금이 미국 등 해외시장으로 대거 이동했고 이것이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를 구조적으로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해 환율을 끌어올렸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비금융기업 등의 해외주식 투자액은 57억 1020만 달러(약 8조 6024억 원)로 1년 전(37억 6390만 달러)보다 51.7% 늘었다. 국제수지 통계상 비금융기업 등은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로 받아들여진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국내 성장 동력 약화와 투자 대상 제약으로 기관 및 개인투자가의 해외 자산 선호가 강화되고 있다”며 “이는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를 구조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세제 인센티브를 활용해 자금 흐름을 되돌리려 한 이유다.
RIA는 해외주식을 매도한 금액을 국내 주식에 재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해주는 구조다. 해외 주식 매도 시에는 기본 공제 250만 원을 제외한 수익의 22%(양도소득세 20%+지방소득세 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가령 엔비디아 주식을 1750만 원에 산 뒤 5000만 원이 됐다면 기본 공제를 제외한 수익 3000만 원의 22%인 660만 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이 주식을 RIA 계좌로 이전한 뒤 5월 31일까지 매도하고 국내 주식을 매수한다면 660만 원의 세금을 전액 절감할 수 있어 단기적으로 매도 유인이 크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해외 주식 매도를 통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과정이 발생하는 만큼 외환시장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매도 시점에 따라 감면율이 달라지는 구조로 인해 투자자들의 국내시장 복귀가 빠른 속도로 나타날 수 있다. 6000 선도 넘겼던 코스피 상승세와 맞물릴 경우 국내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RIA를 ‘단기 처방’으로 보는 우려도 있다. 법 시행 기간이 1년으로 한정돼 있는 만큼 국내 증시의 매력도를 끌어올리지 않는 한 지속적인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통상 미국 주식은 장기 투자를, 국내 주식은 단타 매매를 하는 경향이 있다”며 “코스피 상승으로 국내 주식 투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시장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서학개미의 국내시장 복귀가 장기적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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