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전쟁 2라운드
입력2026-03-22 18:28
지면 31면
김현수
논설위원
글로벌 제약사들의 비만 전쟁이 2라운드에 들어섰다. 1라운드가 ‘기적의 주사’ 경쟁이었다면 2라운드는 ‘값의 전쟁’이다.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핵심 성분 세마글루타이드의 특허가 중국·인도·브라질·튀르키예·캐나다 등에서 순차적으로 풀리면서 ‘부르는 게 값’이던 약값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억제하는 GLP-1 계열 약물이다.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뒤 ‘살 빠지는 주사’로 전 세계를 휩쓸었다.
세마글루타이드의 특허 만료에 복제약(제네릭)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만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이 8억 명이 넘고 당뇨 환자도 3억 6000만 명에 달한다. 인도에서는 40여 개 업체가 출시를 준비 중이고 브라질과 중국에서도 생산 경쟁이 시작됐다. 월 300달러가 넘던 약값이 15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격이 무너지면 신화도 흔들린다. 특허 만료를 앞두고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출렁였고 경쟁사 일라이릴리도 긴장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위고비 가격을 절반으로 낮췄고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는 80% 인하됐다.
전장은 다시 바뀌고 있다. 주사에서 알약으로의 이동이다. 노보노디스크의 먹는 위고비는 출시 2개월 만에 미국에서 30만 건 넘는 처방을 기록했다. 일라이릴리도 경구용 치료제 ‘오포글리프론’으로 맞불을 놓을 채비다. 더 싸고, 더 편하고, 부작용은 적은 약을 향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뒤늦게 뛰어든 국내 제약사들은 ‘질 좋은 감량’을 내세운다. 체중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근육은 지키고 부작용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바이오를 반도체 다음 먹거리라고 말한 지 오래다. 그러나 시장은 말이 아니라 속도로 움직인다. 규제가 벽이 되는 순간 기업은 국경을 넘는다. 국내에서 막힌 줄기세포 치료제 허가를 일본에서 받는 현실이 이를 보여준다. 지원보다 더 필요한 것은 길을 터주는 일이다. 낡은 규제를 걷어내지 않는 한 기회는 늘 다른 나라 몫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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