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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직선의 획으로 무한한 조합…한글은 K컬처 근본”

■‘세종의 나라’ 김진명 작가 인터뷰

훈민정음 탄생비화 소설로 재구성

“글자 모르던 96%의 백성 일깨워

양반사대주의 벗어난 혁명” 강조

두 남녀 애절한 사랑 더해 몰입감

차기작 묻자 “한글 알리는데 집중”

입력2026-03-23 17:54

수정2026-03-23 23:57

지면 30면
소설 ‘세종의 나라’를 출간한 김진명 작가가 최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소설 ‘세종의 나라’를 출간한 김진명 작가가 최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최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팝·K드라마 등 한류의 근본은 ‘한글’입니다. 한글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한글의 우수성과 위대함을 이해해야 합니다.”

3년 만에 장편소설 ‘세종의 나라’로 돌아온 김진명 작가는 최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소설은 팩트와 픽션을 넘나들며 세종이 신하들의 반대를 뚫고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과정을 풀어낸다.

국내 역사 소설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작가는 한글 창제를 다룬 소설을 집필하기까지 고민이 컸다고 했다. 그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왕인 세종이 민족 최고의 문화 자산인 한글을 창제한 이야기를 쓰는 것은 모든 작가의 로망”이라면서도 “워낙 위대한 업적이다 보니 함부로 펜을 들기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또 “그동안 한글을 제대로 다룬 문학 작품이 한 권도 없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도 컸다”며 “과거 한자를 소재로 한 ‘글자전쟁’과 금속활자를 다룬 ‘직지’라는 소설을 썼던 만큼 이번에는 한글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는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소설을 쓰기 위해 한글 창제 원리를 깊이 살펴봤다. 그 과정에서 한글의 우수성은 단순한 직선 획의 결합을 통해 무한한 문자 조합을 만들어내는 데 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글자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기호가 간단해야 합니다. 집을 지을 때 네모난 벽돌 하나로 무수한 모양을 만들어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직선의 획을 결합하거나 동그랗게 말아서 ‘ㄱ’ ‘ㄴ’ ‘ㅇ’ 등 무한에 가까운 문자 조합을 만들어 낸 것이 한글의 가장 큰 특징이자 위대한 점입니다.”

작가는 세종의 한글 창제는 조선의 권력 구조를 바꾸는 ‘혁명’이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당시 조선에서 글(한자)을 아는 이들은 4%에 불과한 양반뿐이었고 나머지 96%는 글을 몰랐다”며 “권력이 총칼이 아닌 글자에서 나오기 때문에 글자를 독점한 양반의 독재가 유지되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종이 한글을 만들어 96%의 백성을 일깨우면서 조선은 양반의 권력 독점과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한글 덕분에 문맹률이 낮아졌고 현대에 와서는 대한민국의 문명화와 민주화도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김진명 작가가 최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김진명 작가가 최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책은 노비 출신 과학자 장영실이 세종의 한글 창제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내용을 그린다. 작가는 “장영실이 한글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는 역사적 기록은 없다”면서도 “한글 창제에 과학적·수학적 측면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점에서 세종이 한글을 만드는 과정에서 장영실과 의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세종의 밀명을 받아 죽은 스승의 흔적을 좇는 금부도사 한석리와 몰락한 양반가의 총명한 규수 권숙현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도 소설의 중심 축을 이룬다. “한글 창제를 다룬 소설은 내용이 딱딱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독자들이 작품에 깊이 빠져들게 할 장치로 로맨스를 활용했습니다. 30여 년간 소설을 집필하면서 이렇게 사랑 이야기를 길게 쓴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차기작을 묻는 질문에는 “당분간 ‘세종의 나라’를 알리는 데 전념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책을 통해 많은 국민이 한글의 소중함과 위대함을 알게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작가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방탄소년단(BTS) RM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15명에게 동의를 얻어 책을 헌정했다”며 “그동안 거의 하지 않았던 사인회나 강연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주최로 총 상금 2억 원 규모의 ‘세종의 나라’ 독서 감상문 대회도 연다.

작가는 1993년 데뷔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발표하며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이후 ‘가즈오의 나라’ ‘하늘이여 땅이여’ ‘고구려’ 등 민족과 역사 문제를 다룬 선 굵은 소설을 선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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