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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급격히 느는데 25조까지 불어난 ‘전쟁 추경’

입력2026-03-24 00:00

지면 35면
김민석 국무총리가 22일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가 22일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25조 원 규모로 불어난 ‘전쟁 추가경정예산’의 속도전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청와대는 22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 대응과 취약 계층, 피해 기업 지원 등을 위한 추경을 4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추경 규모는 당초 예상됐던 10조~20조 원을 크게 웃돈다. 이날 회의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민생 방어, 경기 안정을 위한 방파제 추경은 타이밍이 생명”이라며 ‘속도전’을 강조했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추경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전쟁발(發) 경제 충격을 막으려면 재정 방어막을 치는 것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나랏빚이 급격히 늘어나는 와중에 ‘슈퍼 추경’ 편성은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우려가 있다. 당정은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초과세수로 추경 재원을 마련한다지만 연간 100조 원이 넘는 적자가 고착화된 재정 현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게다가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 정부부채가 1년 사이 9.8%나 급증하면서 국가총부채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6500조 원을 돌파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48.6%로 1년 전보다 5%포인트나 올랐다. 중동 사태의 향방이 불확실한데 단번에 재정 실탄을 소진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전쟁 장기화로 세수가 줄고 추가로 추경 수요가 발생하면 적자국채 발행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추경 예산이 풀리면 가뜩이나 치솟는 환율과 물가를 더 자극할 우려도 크다.

재정은 국가 경제를 지킬 마지막 보루이지만 경제를 살릴 ‘만능 열쇠’는 아니다. 그런데도 나라의 ‘곳간지기’가 될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재정 건전성보다 추경의 필요성만 강조하며 “청년 고용, 일자리 사업도 추경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선심성’ 오해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추경은 취약 계층, 피해 기업에 대한 핀셋 지원으로 국한해 규모를 최소화하고 정교한 통화·재정정책을 설계해 고물가·고환율 파고를 넘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와 박 후보자,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민생 안정, 재정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최적의 정책 조합을 도출해 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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