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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호르무즈 딜레마’, 동맹·에너지 다 잡는 선택을

입력2026-03-24 00:01

수정2026-03-24 00:01

지면 35면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하나인피니티서울에서 직원이 주가지수와 환율을 확인하고 있다. 중동 전쟁 확전 우려에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17여 년 만에 처음 1510원을 넘어섰고, 코스피는 5400선까지 밀려났다. 오승현 기자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하나인피니티서울에서 직원이 주가지수와 환율을 확인하고 있다. 중동 전쟁 확전 우려에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17여 년 만에 처음 1510원을 넘어섰고, 코스피는 5400선까지 밀려났다. 오승현 기자

우리나라가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란과의 협상을 통해 원유 수송로까지 확보해야 하는 외교적 난제에 직면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2일 호르무즈 해상에 발이 묶인 이란산 원유 제재를 일시 해제한 것과 관련해 “해당 원유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파트너 국가에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으로 자국 내 전쟁 반대 여론이 커지자 이란산 석유를 중국 대신 아시아 우방국으로 돌려 국제유가 상승 압력을 낮추려는 의도다. 이란은 미국의 약한 고리인 호르무즈해협을 볼모로 삼아 미국과 동맹국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한다. 이란은 “우리 적이 아닌 배들은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며 중국·인도 등에 이어 일본과도 협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3일 “지난 이틀간 양국이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이란의 발전소 및 에너지 시설에 대한 모든 군사적 공격을 5일간 유예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틀 전 이란이 48시간 이내에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린 데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날 코스피 지수가 6% 넘게 급락하는 등 패닉 증세를 보이던 우리 금융시장도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휴전 조건에 대한 양국 간 입장 차이가 워낙 큰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오락가락하는 터라 결과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한국이 언제든 한미 동맹과 에너지 안보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호르무즈 딜레마’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호르무즈해협의 통행 차질은 우리 에너지 안보와 경제에 막대한 타격이다. 하지만 파병은 국민 반대가 크고 다른 나라들도 소극적이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란 사태에 개입하더라도 국제법 준수와 다자간 협력의 틀에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도로 22개국이 호르무즈 개방을 논의하고 있다고 하니 다각적 소통과 공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 측의 호르무즈 파병 요구는 피하는 대신 대미 투자를 대폭 늘리고 이란과의 협상에도 나선 일본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국익 극대화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한미 동맹과 에너지 안보를 모두 지킬 수 있는 정교한 외교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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