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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고성장 줄고 역성장 증가…스케일업 정책 다시 짜라

입력2026-03-25 00:01

수정2026-03-25 00:01

지면 31면
김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이 24일 ‘기업의 성공적 스케일업을 위한 정책 지원체계 재구축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이 24일 ‘기업의 성공적 스케일업을 위한 정책 지원체계 재구축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경제의 핵심 성장 엔진인 고성장 기업들이 중견∙대기업으로 발돋움할 ‘성장 사다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기업의 성공적 스케일업을 위한 정책 지원 체계 재구축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성장 궤도에 본격 진입할 업력 8∼19년 기업 중 고성장 기업 비중은 2009∼2011년 평균 14.4% 수준에서 2020∼2022년 7.8%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기업의 10~15% 수준인 고성장 기업은 전체 기업 매출 증가분의 약 50%, 일자리 성장의 38%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우리 산업에서 고성장 기업 비중은 줄어든 반면 역성장 기업 비중은 늘고 있다고 KDI는 지적했다. 고성장 기업들이 본격적인 ‘스케일업’ 문턱을 넘지 못하고 위축된다는 것은 경제가 새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충분히 창출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왕성한 혁신과 투자에 나서야 할 기업들이 활력을 잃고 성장 정체에 빠지는 것은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늘어나는 규제 탓이 크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커지면 94개의 규제가 새로 생긴다. 대기업이 되면 규제가 최대 343개로 늘어난다. 피땀으로 기업 규모를 키우면 세제∙금융 혜택 등은 사라지고 온갖 규제에 가로막히게 되니 스케일업은커녕 다시 중소기업으로 회귀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천편일률적인 정부의 기업 성장 지원책도 문제다. 기업 성장 단계나 산업 분야와는 무관하게 연구개발(R&D)에 편중된 지원책으로는 산업∙업력에 따른 성장 병목 원인을 해소할 수 없다.

특정 산업의 몇몇 대기업이 거둔 성과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제구조에 갇혀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를 탄탄한 성장 궤도에 올려놓으려면 역량 있는 중소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커 나갈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도 국회는 ‘중소기업 보호, 대기업 규제’라는 낡은 사고의 틀에 머물러 있다. 올해 초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22대 국회 출범 후 기업이 성장할수록 불이익을 주는 법안 발의가 무려 149건에 달했다. 이래서는 기업의 성장 사다리 복원은 더 요원해질 수 있다. 꺼져 가는 성장 동력을 되살려 경제 재도약을 이루려면 규모에 따른 차별적 규제 족쇄를 혁파하고 기업 성장을 뒷받침할 맞춤형 정책 재설계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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