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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이사회의장’ 시대

입력2026-03-24 17:41

지면 31면
김정곤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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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후임에는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이 내정됐다. 국내 10대 그룹 중 사외이사에게 지주회사의 이사회 의장을 맡긴 첫 사례였다. 한국에서도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이 본격화된 것이다.

재계 1위 삼성전자 역시 선제적인 행보를 보였다. 2018년 권오현 대표(DS부문장)가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고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이 자리를 넘겨받으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이어 2020년에는 처음으로 사외이사인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겼다.

최근 LG그룹은 한 발 더 나아가 그룹 내 전 상장사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 맡기는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선언했다. 4대 그룹 중에서는 최초의 시도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주회사인 ㈜LG 이사회 의장을 내려놓고 경영에만 집중한다. LG화학·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도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깝다. 대주주나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이해 상충을 막고 투명한 의사 결정을 도모하는 선진 지배구조로 자리 잡았다. 애플 이사회 의장은 2011년부터 아서 레빈슨 제넨텍 전 최고경영자(CEO)가 맡고 있다. 월트디즈니 이사회는 모건스탠리 CEO 출신인 제임스 고먼이 이끈다. 외부 인사인 이들은 철저히 독립된 리더십으로 경영진을 감시하며 견제와 균형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 중이다.

국내에서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체제가 정착된 곳은 특정 지배주주가 없는 4대 금융지주와 KT·포스코홀딩스 등이다. 그동안 국내 기업의 사외이사들은 대주주나 경영진의 눈치를 보며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직 관료나 법조인을 방패막이로 영입하는 관행도 여전하다. 결국 이사회 독립의 관건은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에 있다.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체제가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얼굴마담을 넘어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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