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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고려장’ 막아야…통합돌봄 확대가 사회적 비용 줄일 것”

■김용익 재단법인 돌봄과미래 이사장 인터뷰

건보공단 이사장 퇴임 후 싱크탱크 설립해 사회적돌봄운동

오는 27일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임종 장소 선택권이 핵심

예산 3배 이상 늘리고 인프라 확충 위해 정부 적극 나서야

지역따라 서비스 편차 우려…의료 확충으로 정주여건 개선 필요

입력2026-03-26 07:30

수정2026-03-26 07:30

지면 31면
김용익 돌봄과미래 이사장이 25일 서울 마포구 소재 재단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통합돌봄지원제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김용익 돌봄과미래 이사장이 25일 서울 마포구 소재 재단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통합돌봄지원제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아이들이 유치원에 등원하듯이 노인도 노란 버스를 타고 ‘노치원’에 갔다가 퇴근 무렵 자녀들과 함께 귀가하는 풍경을 예상해 봅니다.”

김용익 재단법인 돌봄과미래 이사장은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돌봄통합지원법’의 시행에 이 같은 청사진을 제시했다. 병원이나 요양시설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이른바 ‘에이징 인 플레이스(AIP)’를 실현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이사장은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출신으로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수석비서관, 19대 국회의원, 민주연구원 원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초창기부터 보건의료개혁에 활발한 활동을 벌이며 의약분업과 소득 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화 등을 주도한 보건의료정책 전문가이다. 건보공단 이사장 퇴임 후에는 싱크탱크인 돌봄과미래를 설립해 시민사회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김 이사장이 언급한 돌봄통합지원법은 이달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노인과 장애인이 집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돌봄 체제를 재구축하는 제도이다. 김 이사장은 “당장 요양원 같은 시설들을 없애자는 게 아니라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게 핵심”이라며 “요양시설이나 병원은 노인의 저하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시설이 돼야 하며 노후를 담당하는 위탁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김 이사장은 지역사회 돌봄이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복처방된 약을 복용하는 일을 막거나 방문 치과진료로 인한 영양 상태 개선 등 여러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며 “고령층 환자의 입원기간이 짧아지는 등 국가가 부담해야 할 의료비용을 아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돌봄통합지원법은 사실상 노부모 부양의 부담으로 경제사회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층을 돕기 위한 제도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노부모를 모시느라 고생하는 분들이 많은데, 앞으로 사회가 그 역할을 일정 부분 대신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불리는 돌봄의 탈시설화를 실현하고 돌봄 부담의 탈가족화를 막기 위한 제도로 역할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이미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한 만큼 제도 도입이 늦었다는 평가에 대해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해달라”며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또 “현재 진행되는 지역 사회돌봄 정책은 20~30년 뒤 고령층이 되는 40~50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지방자치가 지난 30년이란 시간 동안 점진적으로 발전해왔듯이 지역사회돌봄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법 시행을 앞두고 당면한 과제로는 예산 문제를 꼽았다. 정부는 올해 돌봄통합 예산으로 전년 대비 843억 원이 늘어난 총 914억 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예산을 현재보다 3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자체가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사업비 예산은 620억 원에 불과하다”며 “전국 229개 시·군·구당 평균 2억 7000만 원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돌봄과미래 연구 결과, 연간 사업비는 3067억 원, 인프라 확충을 위한 총 예산은 1조 131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는 “예산 증액을 위해 다양한 시민운동을 펼쳐나가겠다”고 전했다.

지역별 격차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손꼽았다. 돌봄통합지원 정부 지원과 지자체의 재원을 통해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지역별 여건에 따라 서비스 수준이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김 이사장은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의 차원에서 돌봄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시설 부족은 노인들이 지방으로 내려가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며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산업이나 행정기관 이전도 필요하지만, 의료와 교육 같은 정주 여건을 조성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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