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發 LNG 위기에…반도체·철강도 연쇄 충격
부산물 헬륨, 반도체 공정에 필수
삼성·하닉 6개월치 비축에도 우려
에너지 脫중동에는 가속도 붙을듯
입력2026-03-25 17:47
지면 4면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불가항력 선언 이후 국내 반도체·철강·해운 등 주요 산업에 대한 연쇄 충격 우려도 번지고 있다. 수개월치 재고는 있지만 LNG 공급 차질 사태가 장기화하면 연관 생산에 피해가 불가피하고 비용 부담도 늘 것이라는 지적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 가스 기업의 불가항력 선언으로 반도체 업계의 헬륨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웨이퍼 냉각 등에 필수인 헬륨은 LNG를 정제하고 액화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만들어진다. LNG 시설이나 수급에 불안이 생기면 덩달아 공급망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국이 헬륨 수입량의 65%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IBK투자증권은 25일 “전 세계 헬륨 공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카타르 라스라판 LNG 설비의 불가항력 선언으로 부산물인 헬륨의 공급에도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국내 기업들은 현재 6개월 안팎의 헬륨 재고와 함께 대체 수급선도 확보해 놓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근 헬륨 현물 가격이 2주 만에 100% 급등하는 등 물량 확보를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쟁 장기화 시 첨단 반도체 및 AI 인프라 구축의 병목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철강 업계도 LNG 공급 차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가 발전용 전기 생산과 반제품 가공을 위한 원료로 LNG를 사용하는 곳들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당진 제철소 내 발전소에서 자체 전기 생산에 LNG를 이용한다. 포스코는 고로 공정에서 나오는 부생 가스로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생산하지만 LNG도 일부 사용 중이다.
카타르에너지와 LNG 운반선 장기 임대 계약을 맺은 해운 업체들의 상황도 엇갈린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팬오션·에이치라인해운·SK해운은 카타르에너지에 각각 5척씩 총 15척을 장기 임대 중이다. 대부분 화물 적재 여부와 관계없이 정해진 임대료를 받을 수 있지만 호르무즈해협 안쪽에 위치한 SK해운 소속 선박 1척은 계약이 해지될 가능성도 있다. 우회 항로 이용으로 운전 자본 부담이 커질 경우 선박 금융 원리금 상환 과정에서 현금 흐름 압박이 커질 수도 있다.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탈(脫)중동’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값싸고 안정적’이라는 중동 에너지의 공식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 정부가 24일(현지 시간)부터 호르무즈해협을 한 번 통과할 때마다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 원)씩 통행료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산 원유는 북미·아프리카산 대비 운송 기간이 짧아 경제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통행료 부담이 더해질 경우 국내 기업들의 경제적 유인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미·이란 협상을 통해 휴전이 이뤄진다 해도 언제든 긴장이 재점화돼 중동 에너지 인프라를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동과의 장기 에너지 공급계약에 따르는 위험 부담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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