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하르그섬에 지뢰 깔고 미사일 추가…美 “지옥 준비됐다”
[강대강 대치로 협상력 극대화]
재발 방지 보장 등 5개 조건 제시
“美에 끌려가지는 않겠다” 분명히
이란, 홍해 입구까지 봉쇄 움직임
트럼프 “수주내 전쟁 끝내라” 지시
하르그섬 두고 ‘2차 전투’ 가능성
입력2026-03-26 17:52
수정2026-03-26 23:34
지면 4면
미국으로부터 핵 개발 포기 등 15개 종전안을 받은 이란이 ‘완전한 종전’을 핵심으로 한 5개 종전 조건을 역제안했다.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 공격을 중단하라는 요구도 포함했다. 전쟁 개시 한 달 만에 협상은 시작됐지만 미국과 이란 양국 모두 주도권 잡기에 나서면서 하르그 섬에서 2차 전투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전날 밤 미국이 제안한 15개 조항에 대한 답변을 공식적으로 미국 측에 전달했으며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도 이란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시한 15개 종전안의 상당 부분이 이번 전쟁 시작 전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했던 것들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미국 측에 전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적 ‘침략과 암살’ 완전 중단 △전쟁 재발 방지 보장 △전쟁 피해 배상금 지급 △모든 전선에서 전쟁 종식 및 모든 저항 단체에 대한 종전 △호르무즈해협 통제권 보장 등 5개 조건을 공개했다. 프레스TV는 “5개 조건이 모두 수용될 때만 전쟁 중단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세예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지도부가 중재국을 통해 제시 받은 미국 종전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미국과 협상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행정부도 기선 제압을 위해 강경하게 대응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같은 날 15개 종전안을 사실상 거부한 이란을 향해 “이란이 자신들의 패배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옥을 불러올(unleash hell) 준비가 돼 있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회위원회(NRCC) 만찬 행사에서도 “이란 정권은 매우 간절히 협상을 원하지만 자국민에 살해당할까 봐 두려워서 그렇게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서도 “이란은 합의를 해달라고 애걸복걸하면서도 공개적으로는 ‘검토 중’이라며 거짓말하고 있다”며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결과는 좋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보좌진에 ‘몇 주 내 전쟁을 끝내라’고 강조하며 전쟁 출구전략 수립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을 통제하겠다는 뜻만은 굽히지 않는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헤즈볼라 공격 중지는 이스라엘의 동의를 얻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이번 기회에 헤즈볼라 역시 기세를 꺾어 중동 패권을 잡겠다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유가 급등 상황 역시 양측 합의가 어렵다. 미국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국제유가를 진정시켜야 국제적 명분과 국내 여론을 잠재울 수 있다. 반대로 이란은 이를 트럼프 행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삼고 버티는 중이다.
이란은 협상 결렬을 대비해 전선을 넓힐 태세다. 이란은 미국이 공격을 재개할 경우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바브엘만데브해협을 봉쇄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CNN이 보도했다. 해상 원유 물동량의 10% 이상이 통과하는 바브엘만데브해협은 수에즈운하 항로의 관문인 홍해 남단 입구다. 호르무즈에 이어 유럽으로 가는 해상로의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해협까지 봉쇄된다면 국제 에너지 시장에 또 다른 충격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CNN은 이란이 최근 수주간 원유 수출 요충지인 하르그 섬 방어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이 지상군으로 하르그 섬 점령에 나설 때를 대비해 대인지뢰와 대전차지뢰를 해안선을 따라 매설하고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을 추가 배치했다. 병력도 충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해병대 수천 명과 상륙함·항공 전력이 중동에 집결하고 최정예 미 육군 82공수사단 역시 최대 수천 명 규모로 투입됐다는 소식에 긴장감을 높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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