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의 개편…제네릭 약가 53.5%에서 최저 45% 수준으로 인하
혁신형 49%, 준혁신형 47% 차등 적용
빠르면 올 10월 시행…36년까지 단계적 인하
건보 재정 2.4조 절감하며 신약 개발 유도
입력2026-03-26 18:04
수정2026-03-27 08:58
지면 18면
정부가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제네릭(복제약) 약가 산정 기준을 현행 53.55%에서 최저 45% 수준으로 낮춘다. 2012년 일괄 인하 이후 14년 만의 전면 개편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와 제약업계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독려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약가 인하를 통해 확보한 재정 여력을 신약 급여 확대나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에 활용하고, 제약사들이 단순 제네릭 판매에서 벗어나 R&D 투자 확대에 나서도록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제6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약가제도 개선안을 의결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일반 제약사의 제네릭 약가는 오리지널 대비 약 45% 수준으로 조정된다.
환자의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삼진제약의 항혈전제인 플래리스정(75㎎)은 현재 1정당 1077원 수준이다. 현재 오리지널 대비 49.5% 수준인 플래리스정에 이번 개편안이 적용되면 약 978원 수준으로 낮아져 1정당 약 99원 인하된다. 건강보험 본인 부담률(의원 외래 기준 30%)에 따라 환자가 체감하는 감소액은 1정당 약 30원 수준이다. 하루 1정 복용 기준 한 달 약값은 기존 9693원에서 9000원으로 줄어 약 700원 부담이 감소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네릭 약가 인하는 관련 고시 개정을 거쳐 빠르면 올해 10월 시행할 예정”이라면서 “이번 개편을 통해 국민의 약품비 지출 부담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약가 개편은 단일 조치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단계적 인하’ 구조로 설계됐다. 정부는 1단계로 2012년 이전 등재 의약품을 대상으로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약가를 순차적으로 낮춰 최종 45% 수준까지 조정하고 약 1조 1000억 원의 재정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어 2단계에서는 2013년 이후 등재 의약품을 대상으로 2030년부터 2036년까지 추가 인하를 진행해 1조 3000억 원 규모의 재정 절감을 추진한다. 모든 약가 인하가 완료되는 2036년부터는 매해 건강보험 재정 약 2조 40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단순한 약가 인하가 아니라 ‘차등 구조 설계’에 있다. 일반 제약사의 제네릭 약가는 오리지널 대비 45% 수준으로 낮아지지만, 혁신형 제약기업은 4년간 49%, 새롭게 도입된 준혁신형 제약기업은 3년간 약가 47% 적용 등 우대를 받는다. 약가 인하라는 큰 틀 속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이 있는 기업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인정해 혁신 유인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최근 3개년 평균 의약품 매출액이 1000억 원 이상인 기업의 경우 의약품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 7% 이상, 1000억 원 미만인 기업은 9% 이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정부는 업계의 부담을 고려해 3년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특히 준혁신형 제약기업은 매출 1000억 원 이상 기업의 경우 의약품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 5% 이상, 1000억 원 미만 기업은 7% 이상을 만족해야 한다.
정부가 이처럼 강도 높은 개편에 나선 것은 국내 제네릭 시장의 구조적 문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제네릭 약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약 2배 수준으로 평가된다. 반면 시장 구조는 복제약 중심으로 고착돼 전체 급여 의약품의 약 80%가 제네릭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약가 인하와 함께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장치도 동시에 도입했다. 대표적인 것이 ‘계단식 약가 인하’ 기준 강화다. 이는 동일 성분 제네릭이 일정 수 이상 등재될 경우 약가를 추가로 낮추는 제도로, 기존에는 20번째 제품부터 적용되던 기준을 13번째 제품부터로 앞당겼다. 또 ‘다품목 등재 관리’ 개념도 새롭게 도입된다. 동일 성분 제네릭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신규 진입 제품에 불리한 약가 구조를 적용해 시장 진입 자체를 제한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시장 내 경쟁을 ‘양적 확대’에서 ‘질적 경쟁’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네릭 중심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신약 개발을 촉진하는 동시에 약품비 증가 속도를 관리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면서 “산업 경쟁력과 재정 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이번 개편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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