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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헌 전 한은 부총재 “편의점 결제로 돈의 흐름 이해할 수 있어”

■이승헌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책 ‘돈의 변신’ 출간

IMF 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 등 30여년 경험 공유

투자자 늘었지만 수치에 매몰…거시적 흐름부터 알아야

자산 변동성 커져 투자 불가피…적절한 투자전략 필요해

노후 대비 차원에서도 부동산보다 주식 투자가 효율적

고환율, 과거 위기와 달라…‘트럼프 리스크’ 해소에 주목

입력2026-03-29 07:30

이승헌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1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돈의 흐름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이승헌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1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돈의 흐름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주가와 환율, 국제유가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정작 그 이면에서 돈이 어떻게 흐르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살아갑니다. 아주 깊게 들어가면 흥미가 떨어지겠지만 그 껍질을 한 겹 벗겨 내는 것으로도 모두가 ‘유레카’를 외칠 수 있습니다.”

이승헌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 동작구 교내 연구실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돈의 흐름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같이 말했다. 어떤 투자라도 돈이 움직이는 방식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투자에 앞서 먼저 돈의 흐름 속에서 우리 경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202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알아야 보편적인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부총재 출신인 이 교수는 1991년 한은에 입행해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실 자문관, 자본이동분석팀장, 외환시장팀장, 국제총괄팀장을 거쳐 국제국장 등을 지낸 국제금융 전문가다. 퇴직 이후에는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학생들에게 경제원론, 금융시장론, 거시경제를 가르치며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국제금융 실무를 담당하면서 돈의 흐름에 눈이 틔기 시작했다는 그는 최근 펴낸 책 ‘돈의 변신’에 대해 “중앙은행에서 근무하며 30년 넘게 쌓은 경험을 다양한 사람들과 공유해야 시장도, 우리 사회도 발전할 수 있다”고 출간 계기를 설명했다.

이번에 발간한 책은 그의 이러한 생각을 담고 있다. 학문적 이론보다는 중앙은행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일상, 금융시장, 정책 현장에서 돈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움직이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편의점 결제가 대표적이다. 흔히 편의점에서 카드로 물건을 사고 결제하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익숙하지만, 실제 돈이 흘러가는 과정은 모르고 살아간다. 단순히 소비자의 예금이 은행을 통해 점주에게 현금으로 건네진다고 이해하기 쉽지만, 실상은 은행 간 채권·채무를 상계한 뒤 차액만 정산하는 ‘네팅’이라는 방식을 통해 전달된다. 이 교수는 “편의점 결제는 현대사회에서 돈이 어떻게 오가는지 흐름을 이해하기 좋은 사례”라며 “여기서 더 나아가면 통화정책의 기초로, 국가와 국가 간의 외국환 거래로 확장된다”고 전했다.

그는 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마디로 ‘신뢰’라고 정의했다. 누구나 돈이 흐르는 방향을 알고 싶어 하지만 그 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워하듯, 결국 돈의 작동원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교수는 “비트코인이 돈이 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 기술의 안정성과 함께 법정화폐로 일대일 교환이 가능하다는 믿음, 신뢰가 필요한 것처럼 결국 돈의 실체는 신뢰다. 신뢰는 물질적인 것에서 나오지만 관계적인 것에서도 나온다. 결국 돈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것을 움직이는 작동원리, 즉 흐름을 이해하는 의미이다. 이러한 이해 없이는 오늘의 경제질서를 파악하기 어렵고, 투자도 성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 주식, 부동산 등 최근 불어닥친 투자 열풍에 대해선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금리·물가·환율 등 다양한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자산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투자는 모두에게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올해 주가가 급등하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만으로도 자산이 감소한다는 ‘포모(FOMO·소외 공포)’가 확산했다”며 “과거와 달리 돈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가치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그러기 위해서 투자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배우고 적절한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유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몰려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가계 자금 대부분이 부동산에 쏠려 있고, 미국에 비해 전체 자산 중 금융자산 규모가 여전히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금융시장을 통한 투자가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건강한 자본시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투기성이 아닌 건전한 주식 투자가 필요하다”며 “노후대비 차원에서 바라봐도 부동산보다 주식 투자가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국제금융 전문가인 만큼 환율에 대한 분석도 내놨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그는 과거 유동성 위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며 고환율 문제는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미국의 관세 압박과 전쟁이 환율을 100원 이상 올려놓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리스크’만 해소되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라며 “공포감을 느낄 정도로 불안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형성된 새로운 균형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환율, 그 자체보다 투자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국민들이 단편적인 수치에 매몰되기보다 경제 전체의 거시적인 흐름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돈을 미시적인 삶의 수단이 아니라 경제 전체의 거시적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각자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투자가 투기로 흐르지 않고, 정책의 효율성도 살아나 경제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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