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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흔한 상장폐지 사유, ‘감사의견 미달’을 다시 본다

■최승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입력2026-03-28 09:00

최승환

최승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가장 극적인 상장폐지 사유와 가장 빈번한 상장폐지 사유는 다르다

지난 5년(2020~2024년) 기준 상장폐지 사유 발생은 감사의견 미달 236건, 횡령·배임 71건, 불성실공시 27건 순이었다. 상장폐지의 현실은 사람들이 흔히 상상하는 것보다 덜 극적이고, 훨씬 더 구조적이다. 그 점에서 감사의견 미달은 예외적인 사고가 아니라 상장회사가 가장 먼저 대비하여야 할 상시적 위험으로 보아야 한다.

감사의견 미달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건수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사유는 상장폐지 심사의 장기화, 투자자 보호의 공백, 저성과 기업의 시장 잔류, 시장 신뢰의 저하를 한꺼번에 초래한다. 금융당국이 2025년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에서 감사의견 미달을 별도로 떼어 기준 강화 대상으로 삼은 것도 그래서다. 감사의견 미달은 회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자본시장의 관리 문제로 번진다.

한 줄의 감사의견이 왜 회사를 흔드는가

감사의견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 제도는 “감사보고서에 문제가 생기면 상장폐지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이해해서는 정확하지 않다. 실제 제도는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개선기간, 재감사, 차기 감사의견, 지정감사, 그리고 최근의 즉시 상장폐지 규정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구조다. 그래서 이 제도의 변천은 규제의 단순한 완화나 강화의 역사라기보다, 상장폐지 절차 중 구제 수단을 어느 지점에서 끊고 어느 지점에서 다시 열어 둘 것인지에 관한 기준의 재조정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그 출발점은 2002년의 규정 강화에 있다. 상장법인이 제출하는 감사인의 감사보고서는 상장법인의 재무 건전성과 회계의 투명성을 평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임과 동시에 투자자들의 투자의사 결정의 주된 근거가 되며 공정하고 타당한 시장가격이 형성되기 위한 전제가 된다. 따라서 감사인의 감사보고서상 감사의견이 부적정 또는 의견거절인 경우에는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의 신뢰를 해칠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볼 수 있다. 거래소는 위 2002년 규정 강화의 배경으로 그 당시는 1997년 말부터 시작된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하여 거래소시장을 통한 직접금융 방식에 크게 의존하게 됨에 따라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는 상장폐지기준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던 점을 이유로 들어, 유가증권상장규정에 규정된 상장폐지기준 중 하나인 ‘최근 2사업연도 계속 부적정 또는 의견거절인 때’를 ‘최근 사업연도에 부적정 또는 의견거절인 때’로 더욱 엄격하게 개정하였다. 또한 코스닥시장에 대하여는 결산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이 부적정 혹은 의견거절인 경우는 물론 감사범위 제한으로 한정의견을 받은 기업까지도 시장에서 즉각 퇴출되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하였다.

형식주의의 한계, 그리고 실질심사의 도입

2007년도 이후 일부 기업의 횡령·배임, 분식회계 등 불건전행위가 다수 발생하고 자본잠식, 감사의견 비적정 등 형식적 상장폐지기준을 감사의견 재발행 등의 방법으로 회피하는 사례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당시 상장폐지 제도가 형식적 기준에 따라 획일적으로 작동하여 기업의 실질과 시장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았고, 상장폐지대상 기업에 대한 실질심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2009년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제도다. 거래소는 이를 부실기업의 조기 퇴출과 회생가능기업의 정상화 지원을 위한 제도로 설명하고 있다.

다만 2009년 실질심사의 도입이 곧바로 감사의견 미달 사유를 “실질심사형 사유”로 전환시킨 것은 아니었다. 감사의견 미달은 그 자체는 상장유지를 위해 반드시 해소하여야 하는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로 남아 있었고, 실질심사는 이와 병행되는 별도의 상장유지 기준으로 작동하였다.

코스닥이 먼저 바뀌었다

감사의견 미달과 실질심사가 본격적으로 결합한 것은 코스닥시장에서 먼저였다. 2017년 말 개정되어 2018년부터 시행된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은 회사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여 감사의견 관련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한 경우 그 자체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로 삼을 수 있도록 하면서, 다만 회생절차개시결정 법인이 그 사유를 해소한 경우에는 예외를 두었다. 금융위원회가 2018년 발표한 ‘코스닥 시장 상장요건 개편 및 건전성 강화를 위한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개정 완료’ 제목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비적정에서 적정으로 감사의견 변경” 자체를 상장적격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신호로 보았던 것이 실질심사 대상 확대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거래소와 금융당국의 감사의견 미달에 대한 시장 관리 방안은 형식주의적 요소의 엄격함을 그대로 두면서도 실질심사를 결합하는 엄격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2019년, 재감사 강제에서 차기 감사의견으로

그런데 감사의견 미달을 해소하는 것은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직접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었고, 감사인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약칭:외부감사법)이 강화와 함께 책임이 가중되어 감에 따라 재감사를 하더라도 감사의견을 변경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점차 강해졌다. 감사의견 미달이라는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할 현실적인 가능성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러한 문제의식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 2019년 제도개편이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종전 제도 아래에서는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상장회사가 실질심사 없이 상장폐지가 결정되고 즉시 매매거래가 정지되며, 이의신청을 하려면 동일 감사인과 재감사 계약을 체결하여야 하고, 코스닥은 6개월, 유가증권시장은 1년 안에 적정의견을 받아야 했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이 구조는 현실적으로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었다. 2015~2018년 비적정 기업 50사 중 10사는 재감사계약이 거부되었고, 재감사 수수료는 정기감사의 2.5배 수준이었으며, 재감사를 받더라도 감사의견 변경이 쉽지 않았다.

2019년 개편의 핵심은 그 병목을 푸는 데 있었다. 금융당국은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에 대하여 더 이상 재감사를 제도상 필수요건으로 요구하지 않고, 변경된 차기 사업연도 지정 감사인의 차기 감사의견을 기준으로도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의 해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었다. 동시에 코스닥의 경우에는 차기년도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바뀌더라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유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였다. 재감사 강제는 완화되었지만, 회사가 차기 감사시즌까지 적정의견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회계, 내부통제, 감사증거의 토대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점은 오히려 더 분명해졌다.

2025년, 더 이상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제도는 여기에서 다시 방향을 틀었다. 2025년 3월 시행되는 개정은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 두 절차를 더 이상 순차적으로만 진행할 필요가 없도록 하여 절차를 미루지 않고 병행하도록 하였다.

나아가 유가증권시장에도 “감사인 의견 미달 사유를 해소한 경우에도 실질심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를 실질심사 사유로 편입하였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공시·상장 업무해설서는 재감사보고서 또는 차기 적정 감사보고서 제출로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가 해소되더라도, 감사의견 미달 이력 법인은 경영상황이나 내부통제체제가 미흡한 경우가 많아 실질심사 대상으로 할 수 있는 근거가 2025년 3월 도입되었다고 설명한다. 이제는 코스피의 경우에도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만 해소하면 된다”는 접근이 통하지 않는다.

같은 해 7월 시행되는 개정은 한층 더 직접적이다. 금융당국은 당시 제도가 감사의견 미달시 다다음 사업연도 감사의견이 나올 때까지 개선기회를 주는 등 다소 완화적으로 운영되어 심사를 장기화시키고, 저성과 기업이 다른 사유에 따른 상장폐지를 회피하고 심사를 지연시키기 위해 고의로 감사의견 미달을 악용하는 사례도 발생하였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2회 연속 감사의견 미달 시 즉시 상장폐지 구조가 도입되었다. 요컨대 지금의 제도는 1회성 미달에는 제한적 회복 기회를 남겨 두되, 반복 미달과 장기 잔류는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재편되었다.

감사의견 미달은 ‘확인되는 즉시’ 대응하여야 한다

이러한 제도 아래에서 도출되는 실무적 결론은 단순하지만 무겁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감사의견 미달이 확인되는 즉시 상장폐지 사유 해소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집행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제도 자체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2년 연속 감사인 의견 미달 등을 제외한 감사인 의견 미달 사유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으면서도, 개선계획서에는 “당해 사업연도 감사의견 변경을 통한 상장폐지사유의 해소 또는 차기 사업연도 감사보고서상 감사의견 적정”을 위한 계획을 요구한다. 여기에 차기년도 감사의 지정감사 구조와 2년 연속 미달 시 즉시 상장폐지 규정이 결합되면, 3월에 감사의견 미달이 확인된 회사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감사의견 미달을 해소하는 2가지 방법 중 첫째는 감사의견 미달의 해당 사업연도 감사인을 설득하여 재감사 계약을 체결하고 재감사를 받아 적정 감사의견을 받는 방안이다. 둘째는 차기 사업연도 감사보고서상 감사의견 적정을 확보하는 방안이고, 이를 위해 지정감사인과의 협의 아래 기초잔액 및 문제 계정에 관한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조기에 축적하는 것이다.

재감사를 통하여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변경하는 것은 가장 바람직하고 직접적인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의 해소 수단이다. 그러나 2019년 제도 개편에서 언급하였듯이 감사인은 최초 감사의견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재감사 계약을 체결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실무적 난점이 있다. 일정한 경우 감사인으로서는 부분적으로 자신의 오류를 인정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정 감사인으로부터 충분하고 실질적인 기초잔액 감사를 받아 차기 사업연도 감사의견 적정을 받아야 한다는 말의 의미는, 지정감사 제도와 감사기준서 510 초도감사-기초잔액 파트를 어느 정도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감사인 지정은 외부감사법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사업연도의 개시 전에 이루어지나 일정한 경우는 지정 사유가 확인된 사업연도 중에 이루어진다. 12월 말 결산 상장회사를 기준으로 보면, 사업보고서는 사업연도 종료 후 90일 이내에 제출되어야 하고,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적용회사의 감사보고서는 정기주주총회 1주 전까지 회사에 제출되어야 한다. 실무상 감사의견 미달 여부가 통상 다음 해 3월에 가시화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감사의견 미달을 원인으로 한 감사인 지정은 즉시지정 사유이기 때문에 그 미달 사유가 확인된 후에 이루어진다. 따라서 계속 감사인이 아닌 지정 감사인으로서는 감사대상 사업연도의 기초잔액을 그 기초시점에 직접 감사할 수는 없고, 사업연도가 개시된 후에 역으로 추적하여 감사하는 수밖에 없다. 감사기준서 510. 초도감사-기초잔액 A4.에 의하면 “감사인은 전기재무제표가 전임감사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았다면 전임감사인의 감사조서를 검토함으로써 기초잔액과 관련된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검토를 통하여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얻을 수 있는지 여부는 전임감사인의 전문가로서의 적격성과 독립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규정되어 있다. 일반적인 신규 선임 감사인으로서는 적정 감사의견을 표명한 전임감사인의 감사조서를 검토함으로써 기초잔액에 대하여 별다른 어려움 없이 적정 감사의견 표명을 위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감사의견 미달로 선임된 지정 감사인은 기초잔액을 감사하기 위하여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수집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나 전기 감사의견의 변경이 없더라도, 후임 감사인이 후속거래, 외부증빙, 회수·지급 흐름, 계약 및 법률관계, 자산·부채의 실재와 권리귀속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여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할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공정가치, 손상, 담보가치, 회수가능가액처럼 본질적으로 평가가 핵심인 계정에는 외부가치평가가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해당 거래의 법적 성격을 규명하고 경제적 실질을 평가하는 것이 핵심적인 해결 방식이 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계약문서 정리, 외부조회, 회수·지급 추적, 거래상대방 확인, 재고·자산 실사에 대한 대체절차, 소송·채권확정 절차, 필요하면 포렌식까지 계정별 대응이 병행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감사의견 미달 해소는 계정별로 어떤 감사증거를 어떤 순서로 다시 수집하고 평가할 것인지의 문제다. 회계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법률과 내부통제의 문제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승부는 차기 사업연도 하반기 전에 결정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2025년 사업연도에 처음 감사의견 미달이 발생한 회사가 이를 해소하지 못한 채 2026년 사업연도 감사에서도 다시 미달이 나오면 즉시 상장폐지 위험이 현실화된다. 그렇다면 적어도 핵심 계정의 정리, 자료 수집, 외부확인, 가치평가, 법률관계 정비, 내부통제 보완은 늦어도 2026년 하반기에는 상당 부분 마무리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2027년 1월부터 3월까지의 기말감사 시즌에 집중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접근은 현행 제도하에서 매우 위험하다. 기말감사 시즌은 일반적인 감사절차 자체가 가장 밀집되는 시기일 뿐 아니라, 기초잔액이나 전기 문제를 뒤늦게 역산하여 입증하기에는 시간과 자료의 제약이 동시에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재감사를 받든, 지정 감사인으로부터 충분한 기초잔액 감사를 받든, 그 어느 경우에나 회계법인과 회계사들의 실무적인 업무 부담을 명확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회계사들은 연간 일정이 사전에 정해져 있어서 기말감사 기간에는 별도의 시간을 내어 예외적으로 심도 있는 감사를 수행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2027년 1월 내지 3월 중에 재감사를 받거나 지정 감사인의 기초잔액 감사를 완벽히 대응한다는 것은 실무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회사 경영진이 감사의견 미달 해소를 위한 규정상의 시한만을 고려한다면 이미 늦은 시점에 대응을 시작한 것일 수 있다.

정리하면, 감사의견 미달 이후의 대응은 “재감사를 받을 것인가, 차기 적정을 받을 것인가”라는 단순한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보다 정확히는, 최초 미달이 확인되는 순간부터 당해 사업연도 재감사를 통한 의견변경 가능성과 차기 사업연도 적정의견 확보 가능성을 동시에 검토하면서, 기초잔액과 문제 계정에 관한 감사증거를 조기에 축적하는 문제다. 전임 감사인의 재감사를 통한 적정 전환은 가장 강한 해소 수단이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길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어렵다면, 지정 감사인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계정별 대응을 조기에 병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작업의 핵심은 늦어도 차기 사업연도 하반기까지는 상당 부분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현행 제도하에서 이 시간표를 놓치는 것은 곧 상장유지 가능성 자체를 놓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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