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리포트] 비틀서 골프까지 89년...‘괴물 해치백’ 전설은 계속된다
◇50돌 맞은 골프GTI로 본 폭스바겐
누적 3700만대 팔린 골프 고성능 버전
소형차 새 기준 만든 대표 모델로 ‘우뚝’
12개국서 차량 만들며 브랜드 위상 여전
아우디·벤틀리·포르쉐 거느린 VW그룹
898만대 팔며 글로벌 2위 완성차 기업
입력2026-03-30 06:00
지면 19면
올 해 폭스바겐의 고성능 해치백 ‘골프(Golf) GTI’가 출시 50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골프’에 이어 또 한 번 반세기 역사를 이겨낸 모델의 탄생이다.
폭스바겐의 역사는 1938년 비틀(Beetle)에서 시작된다. 포르쉐 창업자이자 폭스바겐 설계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는 독일 국민을 위한 자동차 개발에 착수해 비틀을 만들어냈다. 비틀은 단종될 때까지 81년 동안 전 세계 91개국에서 약 2300만 대 이상 판매되며 폭스바겐의 기반을 닦았다.
비틀이 폭스바겐의 시작을 알렸다면 골프는 폭스바겐의 글로벌 도약을 이끈 상징적인 모델이다. 1974년 출시된 이후 8세대를 거치며 370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해치백 시장을 개척하고 소형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모델로 평가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게 골프 GTI다. 골프가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일상용 차량인 반면, 골프GTI는 운전의 즐거움을 위해 만들어졌다. 일반적인 소형차들이 최고 속도 150km/h를 못 넘던 당시 골프 GTI는 182km/h까지 달리며 110마력의 출력을 냈다. 전면 그릴을 가로지르는 빨간색 줄, 체크무늬 시트 등 특징에 더해져 ‘핫 해치’라 불렸다.
오늘날의 골프는 2.0 TSI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37.7㎏·m의 성능을 발휘한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빠르게 치고 나가는 것은 물론 접지력이 우수해 코너에서도 도로에 딱 달라붙어 가는 안정감이 인상적이다. 노면 상황에 따라 서스펜션을 전자적으로 제어해 감쇠력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는 15단계 어댑티브 섀시 컨트롤(DCC) 덕분이다.
차는 최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패키지 ‘IQ.드라이브’가 적용돼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 후방 트래픽 경고 및 하차 경고 시스템 등 안전 사양도 폭넓게 확보했다.
폭스바겐은 뿐만 아니라 중형 세단 ‘파사트’,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아렉’, 중형 SUV ‘티구안’ 등을 주요 모델로 내놓았다. 1975년 등장한 파사트도 8세대를 거치며 전 세계에서 3100만 대 이상 판매됐다.
투아렉은 2002년 출시된 폭스바겐의 첫 번째 SUV 모델이다. 포르쉐 카이엔과 공동으로 개발된 1세대 투아렉은 보잉 747기를 견인할 정도로 강력한 파워로 주목을 받았고, 2세대 투아렉은 ‘지옥의 랠리’로 불리는 다카르 랠리에서 2009년 출전 첫 해를 시작으로 3년 연속 우승하는 기록을 썼다. 투아렉에 이어 나온 두 번째 SUV 티구안은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라 골프와 함께 폭스바겐의 판매량을 이끄는 쌍두마차 역할을 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최근 컴팩트 SUV ‘티록’과 대형 SUV ‘아틀라스’를 내놓는 등 SUV 라인업에 집중하고 있다. 브랜드 전체 판매량 중 50.2%가 SUV 모델이고, 전기차 시리즈의 대표 모델인 ID.3, ID.4, ID.5도 SUV다. 한국에서는 골프, 골프GTI 등 해치백 2종과 함께 투아렉, 아틀라스, ID.4, ID.5 등 SUV 4종이 판매되고 있다. 과거 파사트와 준중형 제타, 대형 페이톤 등 세단 모델이 들어왔지만 현재는 수입하지 않고 있다.
폭스바겐의 국내 판매량은 과거에 비해 줄었다. 2020년 1만 7615대에 달하는 판매량은 지난해 5125대까지 떨어졌다. 2016년 발생한 ‘디젤 게이트’로 실추된 이미지에 더해 최근 국내 출시되는 신차가 연간 1~2종밖에 되지 않는 등 신규 모델 투입이 경쟁사에 비해 뒤떨어졌다는 평가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새로 출시한 아틀라스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선 실적이 둔화됐으나 폭스바겐의 글로벌 위상은 여전하다. 89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전 세계 12개국 28개 이상의 거점에서 차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약 17만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473만 대를 기록했다. 본국인 독일 시장에서는 19.6%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전동화 전환도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13년 순수 전기차 ‘e-업’을 시작으로 ID. 시리즈를 통해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전 세계에 38만 2000대의 전기차를 인도했다. 특히 2024년 나온 준대형 세단인 ID.7가 유럽에서 베스트셀링 모델로 떠오르며 이 지역에서만 7만6000대가 팔렸다.
폭스바겐이 소속된 폭스바겐그룹은 토요타그룹에 이어 전 세계 2위 완성차그룹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지난해 토요타그룹은 1132만 대, 폭스바겐그룹은 898만 대의 글로벌 판매량을 기록했다. 현대차(005380)그룹은 727만 대로 3위였다.
폭스바겐그룹에는 폭스바겐을 비롯해 아우디, 포르쉐, 람보르기니, 벤틀리, 두카티, 스코다 등 유명 브랜드가 즐비하다.
다만 실적 면에서는 지난해 영업이익 89억 유로(약 15조 5000억 원)로 전년 대비 54% 감소하며 다소 부진했다. 현대차그룹(20조 5460억원)에 밀려 자존심을 구겼는데 미국 관세 부과와 중국 시장에서 고전이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중국 시장에선 269만 대를 인도하며 해외 완성차업체 중 여전히 1위를 지켰지만,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판매량이 전년 대비 8.0% 감소했다.
폭스바겐은 올 해 중국시장에서 20종 이상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을 출시하며 실적 회복을 노린다. 지난해 순수 전기차 누적 인도량 400만 대를 달성한 데 이어 올 해도 라인업을 늘리며 공격적인 전동화 전환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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