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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방산 복귀

입력2026-03-29 17:39

지면 31면
김정곤

김정곤

논설위원

3015A31 만화경
3015A31 만화경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6월 나치 독일은 연합군의 노르망디상륙작전으로 전황이 급격히 기울자 항공기 제조 업체 피젤러가 개발한 ‘V1’을 영국 런던으로 발사했다. ‘보복병기(Vergeltungswaffe)’라는 이름이 붙은 V1은 폭탄이 든 시가 모양의 동체에 날개와 제트엔진을 장착한 세계 첫 순항미사일이었다. 정확도는 낮았지만 군사·항공 기술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나치의 핵심 군수 업체였던 폭스바겐은 군용차량과 함께 V1을 생산했다.

최근 폭스바겐이 이스라엘 국영 방산 업체 라파엘과 손잡고 미사일 방공 시스템 ‘아이언돔’ 장비 생산을 추진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경영난으로 폐쇄 위기에 몰린 니더작센주 오스나브뤼크 공장을 아이언돔 미사일 탑재 트럭과 발사대, 전력 공급 장치 등 핵심 장비를 생산하는 기지로 바꾼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도 독일 현지 매체에 방위산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폭스바겐이 V1 같은 미사일을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나 방산 무기 체계의 핵심 생산에 복귀하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행보는 중국의 거센 공세와 전기차 전환 지연 등에 따른 수요 감소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증한 유럽의 방산 수요를 시장 확대의 돌파구로 삼으려는 전략적 판단도 깔려 있다. 폭스바겐의 방산 컴백은 K방산에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그동안 K방산은 탁월한 가성비와 빠른 생산능력으로 유럽 방산 시장을 공략해왔다. 폴란드에 K2 전차, 노르웨이에 천무 등을 수출하는 쾌거도 있었다.

우리 정부는 ‘방산 4대 강국 도약’ 비전을 수립하고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폭스바겐 같은 현지 제조 업체들이 방산 시장에 본격 참여하는 순간 ‘바이 유러피언(유럽산 구매)’ 정책에 밀려 비교 우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K방산의 수출 확대를 넘어 전략적 진화를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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