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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쇼크’에 인테리어도 비명…“웃돈 줘도 실리콘 못 구해”

◇美·이란 전쟁 장기화에 대란 조짐

나프타 가격 한달만에 94% 급등

실리콘·특수접착제 등 원가 직격

마페이 등 인상폭 최대 50% 달해

두달치 공사 물량 사재기 조짐도

전문가들 “시장 왜곡행위 제재를”

입력2026-03-30 06:00

수정2026-03-30 06:00

“실리콘 수급 때문에 애를 먹어보기는 이 일을 시작한 지 25년 만에 처음입니다. 도매업체들이 ‘곧 가격이 오르거나 물량이 달리게 된다’며 단골들에게만 조금씩 물건을 풀고 있어요. 한 박스라도 더 확보하려고 여러 군데를 전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서울 강서구 소재 50대 인테리어 업자 김 모 씨)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한달 새 두 배 가까이 급등하면서 국내 인테리어 시장이 ‘원부자재 대란’에 직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급 불안 심리가 확산하자 물량 확보를 위한 영세 업체들의 사재기 징후까지 나타나는 분위기다.

29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형 건자재 브랜드사들은 최근 원부자재 납기 지연 가능성을 언급하며 대리점들을 대상으로 사전 주문을 독려하고 나섰다. LX하우시스는 대리점들에 보낸 전파사항을 통해 “중동 전쟁 여파로 PVC 수급 불안 및 종량제 봉투 대란 등 관련 이슈가 지속되고 있다”며 “4~5월에는 납기 지연이 발생할 수 있으니 시공일이 확정된 건은 반드시 사전 주문을 진행해 일정을 고정하라”고 공지했다.

인테리어 업체들 사이에서는 본격적인 가격 인상에 앞서 미리 한두 달 치 공사 분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주요 거래처마다 품목별로 가파른 인상 예고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내달 이후 예상 인상폭은 특수 접착제인 마페이가 최대 50%로 가장 높고 플로베니아(30%), E보드(25%), 도배재(20%) 등이 뒤를 잇는 것으로 전해졌다. 타일과 목재류 역시 10~20% 수준의 단가 상승이 유력하다. 김 씨는 “그저께도 자재를 구하러 나갔지만 일부 품목은 한 박스밖에 사지 못했다”며 “저마다 한두 달 정도 버틸 물량은 미리 확보해두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도매상들도 일정 수준의 재고를 창고에 묶어두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조만간 웃돈을 얹어줘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일부 품목의 경우 정보력이 부족한 영세 업체들이나 ‘셀프 시공’을 희망하는 소비자들은 평소보다 비싼 가격을 제안받고도 겨우 물량을 구하는 실정이다. 60대 인테리어 업자 장 모 씨는 “동(銅)이나 합금은 이제 돈을 싸 들고 가도 못 구한다”며 “안산의 단골 자재 업체들도 수급 자체가 완전히 막혔다며 하소연할 정도”라고 했다.

이런 혼란의 배경에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 가격의 급등이 자리 잡고 있다. 실리콘과 특수 접착제는 나프타에서 추출된 합성수지를 기반으로 한다. 벽지와 장판의 주원료인 폴리염화비닐(PVC)도 나프타에서 나오는 에틸렌이 핵심이다. 단열재 원료인 스티렌모노머 역시 나프타와 연관돼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국제 나프타 시세는 27일 기준 배럴 당 133.74달러를 기록했다. 전쟁 직전인 지난달 27일(배럴당 68.87달러)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만에 94.2% 폭등한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의 불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당장 시공을 앞둔 이들 사이에서는 “전쟁 소식이 들리니 기다렸다는 듯 자재값부터 오른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서울 부암동의 신혼집으로 이사를 앞뒀다는 임 모(29) 씨는 “실제로는 자재가 아직 부족하지 않은데도 유통 단계에서 이른바 ‘가격 띄우기’를 하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며 “업체들이 과도하게 공포 마케팅을 하며 계약을 재촉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인테리어 업자들 역시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서울 황학동의 한 인테리어 업자는 “공사가 보통 계약 당시 견적을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도중에 자재값이 뛰더라도 업체가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며 “작업이 지연돼 지체상금이라도 물어줘야 한다면 그야말로 치명타”라고 했다. 장 씨는 “일감이 들어와도 자재를 구할 확신이 없어 놓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현장의 불안감 확산이 소비자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실태 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외 변수에 따른 비상 상황이라는 점은 이해되나 기존 재고가 있는데도 원자재 조달 비용 상승분을 최종 가격에 곧바로 반영하는 행태는 부당한 처사”라며 “정부가 인상 시점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시장 왜곡에 대한 제재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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