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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의대 쏠림…韓 성장잠재력 갉아먹는다

사교육비 10년간 54% 급증…교육격차 확대·수도권 집중 심화

노동시장 진입 평균 30세로 지연…생산성·경제활력 동반 하락

의대 쏠림에 첨단인재 고갈…“이공계 보상·사회 인식 전환 시급”

입력2026-03-31 06:30

챗GPT 생성 이미지
챗GPT 생성 이미지

사교육 과열과 의대 쏠림 현상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 먹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과도합 입시 경쟁이 저출산, 저성장, 지역 불균형, 인재 배분 왜곡 등으로 이어지며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산업은행의 이슈 브리프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사교육비는 최근 10년간 54%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2.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교육비 총액 증가률이 물가상승률의 갑절이 넘는 셈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2024년의 29조 2000억원 대비 소폭 줄었지만, 소득별 사교육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계층 및 지역별 ‘교육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지역 간 격차도 뚜렷하다. 월평균 사교육비는 서울이 66만3000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중소도시는 44만8000원, 읍면지역은 32만5000원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사교육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으로 교육 수요가 몰린다고 분석한다.

특히 의대 쏠림 현상은 사교육 시장을 더욱 키우고 있다. 대치동 등 이른바 교육특구로 불리는 지역 내 학원에서는 초등학생 대상의 ‘의대 입시반’이 운영중이며 의대 열풍은 저학년 및 영유아들에게 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학 중도 탈락 후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N수생’ 대상의 사교육 시장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 같이 입시 준비 기간이 길어지며 20·30대의 노동시장 진입 또한 늦춰지고 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노동시장 진입 연령은 약 30세로, 20대 중반인 미국·일본·유럽과 비교해 4~5년 늦다. 청년층의 경제활동 시작이 늦어지며 국가 전체 생산성과 성장 잠재력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사교육비 부담 증가는 저출산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한국경제인협회 분석에 따르면 2015~2022년 합계 출산율 감소분 0.461명 가운데 약 26%인 0.120명이 사교육비 증가 영향으로 추정된다. 또 한국은행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한 이유로 ‘양육 및 교육비 부담’을 꼽은 비율이 44%에 달해, 교육비 부담이 저출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 소비 구조를 살펴보면 사교육비 부담에 따른 지출 감소 효과가 더욱 눈에 띈다. 2025년 기준 미혼 자녀 2명 이상 가구의 교육비 비중은 전체 지출의 16.2%로, 식비(14.1%)를 넘어 1위를 기록했다. 자녀가 없는 가구의 교육비 비중이 1.7%, 1명인 가구의 관련 비중이 7.4%인 것과 비교하면 다자녀에 따른 사교육비 부담 증가가 이른바 ‘소비구축 현상’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장기 성장률 또한 끌어내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장기 전망에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50년 -0.03%까지 하락해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과도한 교육비 지출은 부모 세대의 노후 자산 축적을 어렵게 만들어 향후 정부의 복지 재정 부담까지 키운다.

사교육이 지역 불균형 문제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보고서는 “사교육 환경이 우수한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비수도권 경제는 약해지고 있다”며 “비수도권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은 2015년 이후 50%를 밑돌고 있으며, 인구 비중 역시 2020년 이후 전체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사교육 시장의 팽창이 학생의 핵심 학습 역량을 떨어트린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고서는 “사교육 확대는 학습량 증가라는 ‘양적 팽창’을 가져왔지만 자기주도성 등 핵심 역량은 오히려 저하시켰다”며 “OECD의 202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 학생들은 학업 성취도는 상위권이지만 자기주도 학습 지수는 최하위권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최상위권 학생의 의대 쏠림 현상은 이른바 ‘인재 배분의 왜곡’ 현상으로 이어져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고서는 “인공지능(AI) 전환 시대에 필요한 첨단 과학기술 인재가 의료계로 집중되면서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으며, 실제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반도체 분야(5위)를 제외하면 핵심·신흥기술 경쟁력 분야에서 대부분 10위권 안팎에 머물고 있다”며 “이공계 및 첨단산업 인재에 대해 의사 수준의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며 연봉 인상뿐 아니라 연구비 지원, 안정적인 연구 환경 구축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인식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2025년 영어교육 전문기업 윤선생이 초등학생 학부모가 선호하는 자녀 직업을 조사한 결과 1위는 의사·변호사로 응답률이 45.1%에 달했다. 보고서는 “무분별한 사교육 경쟁이 학생들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제한할 수 있다”며 “AI 시대에는 창의성, 문제 해결력, 네트워킹 능력 등 차별화된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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