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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중첩의 시대…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 혁신을”

■최재영 삼일PwC 경영연구원장

지정학적 불안·통상환경 변화 속 AI대전환 등 미래 준비

거센 폭풍 맞으며 성장 엔진 동시에 교체해야 하는 상황

새 정부 정책 집행능력에 기대, 기업이 적응할 시간 필요

예측 가능한 개혁으로 투자 의욕·혁신 역량 뒷받침해야

입력2026-03-30 17:15

수정2026-03-31 13:47

지면 29면
김정곤

김정곤

논설위원

최재영 삼일PwC경영연구원장이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불확실성이 중첩되는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은 결국 생산의 주체인 기업의 기를 살리고 활력을 되찾게 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최재영 삼일PwC경영연구원장이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불확실성이 중첩되는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은 결국 생산의 주체인 기업의 기를 살리고 활력을 되찾게 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기업을 경영하기 매우 힘든 시기다. 이란 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데 인공지능(AI) 전환, 상법 개정과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 속에 생존을 위한 투자도 미룰 수 없다. 경영인들 입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고민이 클 것이다. 거시경제 전문가인 최재영 삼일PwC경영연구원장은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에 또 다른 불확실성이 오는 불확실성 중첩의 시대”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거센 폭풍을 맞으며 항해를 하는데 미래를 위한 성장 엔진도 동시에 바꿔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은 결국 생산의 주체인 기업의 기를 살리고 활력을 되찾게 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며 “정부는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 혁신으로 투자 의욕과 혁신 역량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고 있는데.

△이번 중동 사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탄력을 받아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한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었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근간인 에너지 시스템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는 원유에만 그치지 않는다. 나프타, 요소, 암모니아, 액화천연가스(LNG) 등 주요 석유화학 원료 전반의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해상운송 시스템 자체도 흔들리고 있다. 단순한 가격 상승의 문제가 아니라 필요한 물자가 제때 들어오지 않는 물리적 공급 차단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유가 급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업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는 것 같다.

△석유화학제품을 원료로 하는 여러 제품군에서 수급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 요소수 같은 필수 품목도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생산 차질과 수출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올해 성장 흐름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금융시장과 환율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경제 전반의 긴장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 차질, 환율 변동성이 동시에 작용하면 기업은 원가 부담과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되고 가계도 물가 상승 압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리스크로 봐야 한다.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또 다른 변수를 꼽는다면.

△시장의 시선은 중동에 집중되고 있지만 지정학 리스크의 동시다발 가능성까지 함께 볼 필요가 있다. 대만해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의 추가 확산, 여기에 미국의 대외 정책 변화가 맞물리면 시장 변동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와 그에 따른 정책 경로 변화도 주목되는 변수다. 미국 중간선거는 단순한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통상, 관세, 재정, 대외 정책 전반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현재 미국이 진행 중인 정책의 강도와 속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지금 글로벌 자산시장은 겉으로는 버티고 있으나 그 기반이 아주 탄탄하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높은 자산 가치, 국채시장 압력, 비은행 금융기관의 확대를 주요 취약 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사모신용, 부동산, 각종 유동성 구조를 가진 비은행권의 스트레스가 은행권과 실물경제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시장 유동성 축소와 신용 경색이 어디서 시작될지 더 주의 깊게 봐야 한다.

-한국 경제 상황을 진단한다면.

△한국 경제는 정부의 경기 대응, 반도체 경기 개선, 소비 회복이 맞물리면서 완만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부도 올해 2% 안팎의 성장과 전략산업 중심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있고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반도체와 내수 회복을 중요한 회복 동력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생산은 아직 강하지 않고 건설 부진도 이어지고 있어 외부 충격이 커질 경우 회복세가 생각보다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앞으로는 경기 회복의 모멘텀이 이어지느냐보다도 대외 불확실성이 그 회복을 얼마나 훼손하느냐가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잠재성장률의 추세적인 하락도 걱정된다.

△잠재성장률은 이미 1%대로 낮아졌고 앞으로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작지 않다. 인구 및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가 성장 잠재력을 제약하고 있는 만큼 과거의 성장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지난 10여 년은 구조 개혁의 적기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시기였다. 중국의 추격, 산업 지형 변화, 인구 감소 같은 구조적 변화가 진행됐는데도 제조업 성공에 안주한 측면이 있었고 고통이 따르는 개혁은 계속 뒤로 미뤄졌다. 그 결과 일부 품목에 편중된 수출구조, 취약한 내수 기반, 누적된 한계기업, 생산성 저하 문제가 함께 쌓여 왔다.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하나.

△새 정부 들어 정책 집행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또 AI는 생산성 제고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 노동력 감소가 잠재성장률 하락의 핵심 원인이라면 AI와 인간의 협업을 제대로 설계하는 것은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기업이 투자하고 혁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구조조정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다만 정책 변화가 지나치게 급격하면 기업과 산업 생태계가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속도와 순서를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최재영 삼일PwC경영연구원장이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불확실성에는 철저히 대비하면서도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와 전환은 멈추지 않는 균형 잡힌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 조태형 기자
최재영 삼일PwC경영연구원장이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불확실성에는 철저히 대비하면서도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와 전환은 멈추지 않는 균형 잡힌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 조태형 기자

-경영연구원장으로서 기업에 어떤 조언을 하고 있나.

△글로벌 게임의 규칙이 바뀌고 있는 시기인 만큼 단기적인 경기 변동보다 맥락의 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생존을 위한 수비 전략’과 ‘성장을 위한 공격 전략’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은 대개 방어에 집중하게 된다. 먼저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단순히 버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지 못하면 가까운 미래에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에는 철저히 대비하면서도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와 전환은 멈추지 않는 균형 잡힌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생존을 위한 수비 전략을 어떻게 세우나.

△무엇보다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가 필요하다.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는 현금 흐름 관리가 경영의 기본이 돼야 하고 선물환이나 옵션 등을 활용한 환 리스크 관리도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에너지 비용 역시 장기 공급계약 재점검과 에너지 효율화 투자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 공급망, 시장, 생산 거점을 한곳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제는 플랜A와 플랜B를 준비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상황 변화에 맞게 언제든지 계획을 적시에 수립하고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공급망과 시장, 생산 거점의 다변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

-미래 성장을 위한 공격 전략을 제시한다면.

△AI 전환, 디지털화, 탄소 중립 대응 같은 변곡점 기술이 한꺼번에 등장하고 있고 글로벌 질서 재편 속에서 수익의 원천 자체가 움직이고 있다. 이런 시기는 무엇을 잘 만들 것인가라는 공급자 중심의 사고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요자의 욕구를 어떻게 더 정확히 충족시킬 것인가라는 고객 중심의 통찰이 훨씬 중요하다. 비즈니스 모델 전반에 대한 재점검도 필요하다. 기존의 수익 구조, 비용 구조, 고객 접점, 파트너십 구조가 지금의 환경에서도 유효한지 냉정하게 다시 점검해야 한다.

-기업들이 정부에 가장 바라는 것은.

△현장에서 보면 새 정부의 정책 추진력과 실행력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다만 오랜 기간 누적돼 온 과제를 짧은 시간 안에 한꺼번에 풀어내려는 접근 방식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시장과 산업은 오랜 시간 형성된 하나의 생태계이기 때문에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현장의 적응이 어려워지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지배구조 개선이나 노동제도 개편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당장은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자본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지만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는 여건까지 함께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규제 개혁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기업들이 오랫동안 일관되게 이야기해 온 것은 과잉 규제와 규제 공백을 함께 해소해 달라는 것이다. 기존 산업의 경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규제로 대응하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규제가 누적되는 경향이 있다. 현장에서는 왜 존재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규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기업의 창의적 활동과 신속한 의사 결정을 제약하는 경우가 생긴다. 신산업과 신기술 분야에서는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오히려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기업들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불합리하게 누적된 규제는 과감히 정비하고 신산업에 대해서는 보다 유연하고 신속한 제도적 지원을 해 달라는 것이다.

He is…

1965년 부산에서 태어나 브니엘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미주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 31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기획예산처 재정정책과장, 기획재정부 재정기획국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 등을 거쳤다. 우리나라 최초의 장기 계획인 ‘비전 2030’의 재정추계를 총괄했고 경제위기 모니터링 기관인 국제금융센터 원장 재임 당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조기 극복에 기여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장으로 산업 분석과 기업 자문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환율 비밀 노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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