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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가치 46조인데…KPS, 설계·검증 지연에 3년뒤 첫 발사

北 GPS 교란에 항공기 수천대 영향

韓 맞춤형 독자 항법체계 구축 절실

1호기 20개월 밀려 후속사업도 난항

기술 표준화·칩 생태계 조성 등 시급

2035년 8기 위성 목표로 본격 추진

입력2026-03-30 17:51

수정2026-03-30 23:33

지면 4면
충남 금산에 위치한 KT샛 위성센터 전경. 우주항공청은 지난해 7월 이곳에서 KPS의 지상 시스템을 맡을 안테나국 착공식을 진행했다. 사진 제공=KT SAT
충남 금산에 위치한 KT샛 위성센터 전경. 우주항공청은 지난해 7월 이곳에서 KPS의 지상 시스템을 맡을 안테나국 착공식을 진행했다. 사진 제공=KT SAT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지난해 4월 북한의 GPS 신호 교란 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결정을 채택했다. 우리 정부가 “2024년 이후 북한의 GPS 교란으로 민간항공기 4400여 대가 영향을 받았다”고 ICAO 이사회에 정식으로 문제 제기한 데 따른 조치다.

신호 교란은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최근 수년간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을 거치며 전 세계적으로 재밍(신호 방해)과 스푸핑(위치 조작)이 급증했다. 그 파장이 항공·해양 안전을 넘어 드론·자율주행·물류 등 미래 산업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주요국들은 미국의 GPS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독자 항법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한국 정부 역시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30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우주항공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총 8기의 위성과 지상 시스템으로 구성된 KPS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주 당국은 2029년 1호기 시험발사를 시작으로 2033~2035년 후속 위성을 순차적으로 올려 정지궤도 위성 3기, 경사지구동기궤도(IGSO) 위성 5기 체계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KPS는 한반도와 주변 해역을 중심으로 정밀한 위치·항법·시각(PNT) 정보를 제공하는 지역형 위성항법 체계다. 한국은 오랜 시간 항법 정보를 미국의 GPS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GPS는 애초 군사 목적에서 출발한 전 지구 항법 체계로 한반도와 인근 해역처럼 특정 지역에 최적화된 초정밀·고신뢰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파 교란이나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을 때 한국이 독자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도 약점이다.

우주 당국이 개발 중인 KPS는 지구 전체가 아니라 한반도와 인근 해역, 일부 동남아 권역까지 포괄하는 지역 항법 체계다. KPS는 일반 이용자를 위한 개방형 서비스와 공공 안전 서비스를 비롯해 1~5m 수준의 미터(m)급 정밀 서비스, 약 5㎝ 수준의 센티미터(㎝)급 정밀 서비스, 항공기 접근·착륙 안전성을 높이는 위성기반보강시스템(SBAS), 조난자 위치를 신속히 파악하는 수색구조(SAR) 서비스 등 총 여섯 가지 서비스를 겨냥한다. 일반 국민이 자동차 내비게이션이나 휴대폰 등에서 KPS 신호를 활용해 1m 이내 수준의 위치 정보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해양수산 분야에는 ㎝급 정밀 보정 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미국 GPS는 이미 글로벌 표준처럼 쓰이고 있고 유럽 갈릴레오는 30기가 넘는 위성을 운영하며 민간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베이더우는 지역 시스템에서 출발해 글로벌 체계로 성장했고 일본 QZSS는 정밀 농업, 무인 드론, 항공, 해양 분야에서 실증을 쌓아 왔다. 인도의 NavIC도 운영 중이며 터키 등 다른 국가들도 독자 항법 체계 구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의 사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정부는 당초 KPS 1호기를 2027년 12월 발사할 계획이었지만 핵심 장비인 항법 탑재체의 규격 설계와 개발·검증에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발사 시점을 2029년 9월로 늦췄다. 20개월가량 일정이 밀린 셈이다. 여기에 8기 전체를 한 번에 추진하지 않고 1기를 먼저 개발한 뒤 후속 위성을 이어가는 구조로 사업이 설계되면서 계약과 협상도 복잡해졌다.

발사 지연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주파수 조정, 제도 정비, 표준화, 단말·칩셋·앱 생태계 조성까지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정이 더 늦어질 경우 KPS의 서비스 개시와 산업화 전략 전반도 함께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KPS개발사업본부장은 “자율주행차, 드론, 정밀 측량, 스마트 물류, 재난 구조 등 KPS가 가져올 경제적 가치는 4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GPS를 쓰면 당장은 편하겠지만 결국 플랫폼 종속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KPS가 실제로 활용되려면 항법 신호의 표준화와 수신기·칩 생태계 조성이 병행돼야 한다. 김 본부장은 “실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수신기 업체, 칩 업체, 응용 서비스 기업들”이라며 “신호 규격과 설계 가이드가 마련돼야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만큼 가능한 한 빨리 표준화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제화도 중요하다. 유럽은 갈릴레오 시장 확대를 위해 단말기에 GPS와 함께 갈릴레오 탑재를 의무화하는 규범을 만들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시장성을 키우려면 제도적 기반이 있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1호기 개발을 넘어 2~8호기는 민간과 공동 개발하거나 업체 주도로 제작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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