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발묶인 금융정책
금융부 심우일 기자
입력2026-03-30 18:12
지면 30면
설 연휴 직후 거의 매일같이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정책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던 것 같다. 질문은 대부분 ‘대통령께서 X(옛 트위터)에 다주택자(혹은 투기성 1주택자)에 대해 쓰신 글과 관련해 후속으로 어떤 대책을 마련하실 계획인가’였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X에 가계대출 관행을 보는 본인의 생각을 쏟아내고 있었다. “만기 연장 혜택을 주는 것이 공정하겠나(2월 13일)”라고 포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다주택자의 대출 문제를 연이어 직격했다.
지난달 26일 대통령이 “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밝힌 뒤 금융 당국은 곧바로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이 X에 쓴 글은 바로 가계부채 대책의 가이드라인이 됐다.
당초 금융 당국에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 확대를 중심으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 규제를 지속적으로 주문하면서 대책 방향이 크게 바뀐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원래 지난달 말께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에서 금융정책이 최전선에 동원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거시건전성 정책 자체의 운신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거시건전성 정책이 걸쳐 있는 분야는 경기 변동 완화와 금융위기 대응 및 생산적 금융 등 상당히 다양하다. 예컨대 이란 사태 장기화로 경기 충격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약간의 레버리지를 허용하는 식으로 경기 변동을 조절해야 할 수도 있다.
최근 해외에서는 건전성 규제가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평이 많다. 미국은 최근 대형 은행에 대한 자본규제를 완화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영국 역시 링펜싱과 같은 규제를 합리화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궤는 다르나 이재명 정부 초기에도 부문별 시스템 리스크 완충자본 도입과 같은 안이 거론됐지만 지금은 사실상 논의가 되지 않는 실정이다. 보다 순수한 의미에서의 거시건전성 규제 합리화 방안이 논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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