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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된 환율 1500원…중동 전쟁만의 문제는 아냐

입력2026-03-31 00:05

지면 31면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과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환율은 1515원까지 올랐고 코스피는 3% 이상 빠졌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과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환율은 1515원까지 올랐고 코스피는 3% 이상 빠졌다. 연합뉴스

중동 전쟁 장기화와 국제 유가 급등, 외국인 자금 이탈 등 우리 경제를 무겁게 짓누르는 복합 리스크에 원·달러 환율 1500원대가 뉴노멀로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6.8원이나 오르면서 1515.7원에 마감했다.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닷새 연속 올라 100선을 훌쩍 넘어섰다.

문제는 원화 가치 하락이 다른 나라 통화보다 훨씬 가파르다는 데 있다. 이달 들어 27일까지 평균 환율은 1489.3원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3월의 1488.7원을 넘어 월간 기준 역대 네 번째로 높았다. 원화 가치 하락 폭은 4.7%로 유로(-2.6%)와 일본 엔(-2.5%), 영국 파운드(-1.6%), 스위스 프랑(-3.7%) 등 주요국 중 가장 컸다. 특히 지난주 평균 환율은 1503.4원으로 주간 기준 17년 만에 1500원대로 치솟았다.

원화 환율 1500원대가 외부 돌발 변수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훼손하는 ‘상수’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날 무역협회는 환율 보고서에서 이란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고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지속되면 ‘분기별’ 평균 환율이 1530원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입국 일성으로 “엄중한 상황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힌 것은 고환율 쇼크에 처한 우리 경제의 절박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

원화 가치의 날개 없는 추락은 중동 전쟁 단일 변수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환율 1500원대는 대외 충격에 취약한 우리 경제의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 주는 ‘정직한 거울’이다. 똑같이 불확실성에 놓였지만 주요 경쟁국보다 원화 가치와 코스피 낙폭이 유독 큰 것은 우리의 경제 체질이 ‘비교 열위’에 있다는 불편한 진실의 방증일 수 있다. 지금은 무엇보다 정부의 정확한 현실 진단과 체질 개선을 위한 정책 실행 의지가 중요하다. 석유화학·철강 등 공급과잉 산업의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노동·규제 혁신을 서둘러 경제 체질이 강한 나라로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선진국과의 통화 스와프 확대와 재정 건전성 강화, 균형 잡힌 통화·재정 정책 조율 등을 통해 해외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방안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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