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에 남의 집 테러”…잇따르는 ‘보복 대행’ 범죄
텔레그램서 보복 대행 조직 활개
현관문 오물 투척·욕설 래커칠 등
배달업 위장 취업해 정보 빼내기도
‘의뢰인 모집→행동대원 동원’ 구조
경찰, 집중 수사관서 지정 검토 중
입력2026-03-31 06:00
수정2026-03-31 20:09
현관문에 오물을 뿌리고 벽에 래커칠을 하는 등 이른바 ‘보복 대행’ 범죄를 저지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배달의민족 외주 업체에 상담사로 위장 취업해 정보를 빼내는 등 조직적으로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최근 기승을 부리는 사적 보복 범죄에 대한 집중 수사에 나섰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양천구와 경기 시흥 일대에서 보복 대행 범죄를 벌인 일당 4명을 협박과 주거침입, 재물손괴 등 혐의로 체포해 구속했다. 이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보복 테러 의뢰를 받고 수차례에 걸쳐 아파트 현관에 인분을 뿌리거나 래커로 욕설을 적은 혐의를 받는다.
특히 총책 역할의 30대 남성 정 모 씨는 범행에 활용할 주소지를 얻기 위해 40대 남성 A 씨를 배민 외주 업체 상담사로 위장 취업시키는 치밀함을 보였다. A 씨가 빼돌린 고객 정보는 행동대원에게 전달됐다. 해당 정황을 포착한 경찰은 이달 초 배민을 압수수색하고 A 씨를 구속했다. 행동대원과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윗선’으로부터 돈을 받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유사한 보복 대행 범죄는 최근 전국적으로 잇따르고 있다. 주로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가 의뢰인을 모집한 뒤 ‘급전 알바’를 내세워 행동대원을 끌어들이는 식이다. 인분 투척이나 낙서, 명예훼손성 유인물 배포 등 범행 수법은 다양하다.
경기 의왕경찰서는 30일 재물손괴, 주거침입, 명예훼손 혐의로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앞선 수법과 유사하게 피해자의 현관문에 인분을 뿌리고 래커칠을 한 혐의를 받는다. 일당은 경찰 조사에서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SNS에서 ‘급전이 필요하신 분’이라는 광고를 보고 연락했다”며 “텔레그램을 통해 상선의 지시에 따라 범행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올해 2월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도 20대 남성이 현관문에 음식물 쓰레기를 뿌리고 래커칠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허위 사실이 담긴 유인물 40여 장을 뿌리고 도어락에 본드를 바르기도 했다. 피의자는 8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받는 대가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텔레그램의 익명성과 사적 보복이 결합하면서 관련 범죄가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사건 간 연관성이 있을 경우 병합 수사를 진행하거나 집중 수사관서를 지정하는 등의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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