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 환자, ‘이 약’ 끊으면 큰일? ‘반전’ 연구 결과 나왔다
한주용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
심근경색 후 안정 시 베타차단제 중단 가능성
대규모 관찰연구 이어 무작위 대조임상 입증
입력2026-04-05 07:00
수정2026-04-05 07:00
지면 19면
심근경색 환자가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으로 꼽혔던 베타차단제를 중단해도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이 커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은 한주용·최기홍 순환기내과 교수 연구팀이 2021년 4월부터 2023년 4월 사이 국내 25개 의료기관에서 심근경색 후 최소 1년 이상 베타차단제를 복용 중인 환자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 연축 등의 원인으로 갑자기 막혀 심장 근육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베타차단제는 오랜 기간 심근경색 환자의 필수 약제로 사용돼 왔다. 교감신경의 베타수용체만을 차단하는 기전이 심근 수축력과 심장 박동수, 혈압을 낮추고 궁극적으로 심장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상동맥중재술(PCI)과 같은 심혈관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심근경색 후 1년 이상 베타차단제를 복용하며 좌심실 수축 기능 장애나 심부전 없이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환자도 장기 복용이 필요한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돼 왔다.
앞서 한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심근경색 후 안정된 환자에서 베타차단제 중단이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해 2020년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에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임상시험은 대규모 관찰 연구의 결과를 검증하기 위한 후속 절차다. 심근경색 후 베타차단제를 1년 넘게 복용하면서 심부전이 없고 좌심실 박출률 40% 이상인 환자를 선정한 다음 베타차단제 중단군과 유지군으로 1대1 무작위 배정해 3.1년(중앙값) 동안 추적 관찰했다. 대상자들의 평균 연령은 63.2세였고 남성 비율이 87.2%로 대부분이었다.
분석에 따르면 주요 평가지표인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심근경색 재발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등이 복용 중단군 1246명 중에서 58명, 복용 유지군 1294명 중에서 74명 발생해 통계적으로 베타차단제 복용 중단군의 비열등성이 확인됐다. 두 군은 다른 하위 지표 면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는 심장 기능이 보존되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 베타차단제를 장기간 유지하지 않아도 임상적으로 안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심근경색 환자의 장기 치료 전략에 중요한 근거가 되는 것은 물론, 약물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될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심근경색 치료 환경이 크게 발전하면서 과거와 달리 심장 기능이 비교적 잘 보존된 환자가 많아졌다”며 “이번 연구는 이런 환자에서 베타차단제를 장기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임상적 근거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연구 책임자인 한 교수는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진행했다는 제한점이 있지만 심근경색 환자에서 치료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불필요한 약물의 장기 복용을 중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21년 보건복지부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의 국가 지원 과제로 선정돼 5년간 심근경색 연구회와 협업을 통해 이뤄졌으며,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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