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비켜, 내 차가 더 비싸잖아”…비싼 차 탈수록 ‘뻔뻔’하다는 연구 결과 나왔다
서울시민 2000명 조사 결과 발표
고가 차량 소유자 ‘차부심’ 뚜렷
빌런 주차 용인도 항목 중 최고치
입력2026-03-31 16:01
비싼 차를 몰수록 자동차를 자신의 지위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여기는 이른바 ‘차부심’이 강해지고, 이것이 끼어들기나 빌런 주차 같은 비매너 운전에 대한 관용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내 차가 곧 나”…수입차 소유자 절반 이상 동의
31일 서울연구원 스마트교통연구실 이창 연구위원과 김영범 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민이 자동차에 부여하는 상징과 애착에 따른 사회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차량 가격이 높을수록 자동차에 대한 심리적 애착이 비례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서울 시민 2000명을 차량 가격에 따라 상위(3945만원 초과), 중위(2194만~3945만원), 하위(2194만원 이하) 세 그룹으로 나눠 조사를 실시했다.
5점 만점인 ‘차부심’ 점수에서 상위 그룹은 평균 3.42점을 기록해 하위 그룹(2.97점)을 크게 앞질렀다. 중위 그룹도 3.18점으로 하위 그룹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차량 가격대가 올라갈수록 차부심이 계단식으로 높아지는 구조인 셈이다.
“고급차를 타는 사람이 더 존중받는다”는 문항에는 수입차 소유자의 51.9%가 긍정적으로 응답해, 국산차 소유자(44.3%)보다 7.6%포인트 높았다. 고가 차량 소유자일수록 자동차를 자신의 ‘사회적 페르소나’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뚜렷한 셈이다.
“내 차가 나를 표현한다”는 인식이 단순한 허영이 아니라, 소비 행위를 통해 정체성을 구축하려는 심리적 메커니즘에 가깝다는 게 연구진의 해석이다.
차부심 강할수록 ‘빌런 주차’에 관대
차부심은 운전 태도 악화로도 이어졌다. 연구진이 특정 상황을 제시하고 타인의 비매너 행동을 얼마나 용인하는지 측정해 실제 행동 가능성을 추정한 결과, 자동차에 대한 애착과 상징성을 크게 부여하는 운전자일수록 과속, 무신호 차선 변경, 교차로 꼬리물기 등에 관대한 태도를 나타냈다.
특히 무분별한 주차 행위, 이른바 ‘빌런 주차’에 대한 용인 영향력 계수는 0.64로 전체 항목 중 가장 높게 측정됐다. 차부심이 강할수록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는 주차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내 차에 대한 과도한 애착이 ‘내 차를 위한 공간 확보’라는 이기적 행동으로 직결되는 구조로 풀이된다.
연구진은 차부심이 개인의 운전 습관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비용으로 전이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동차에 상징을 부여하고 애착을 갖는 운전자는 다양한 상황에서 자동차를 더 많이, 더 자주 사용할 확률이 높고, 바람직하지 않은 운전행태를 용인하는 경향이 크다”면서 “자동차에 애착을 갖기 때문에 자동차 사용량이 늘어나게 된다면, 그만큼 혼잡비용과 환경오염이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동차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한다고 믿고 과도한 애착을 갖는 사람이 바람직하지 않은 운전행태를 범한다면, 도로 안전이 저해되고 사고 위험이 증가한다”고 부연했다.
자동차를 자기 자신의 일부로 여기는 심리적 요인이 운전 행태에 깊이 관여하는 만큼, 단속·과태료 중심의 기존 교통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연구진의 제언이다. 차량을 소유하고 과시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보상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반영한 새로운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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