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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한국 진출 10년의 명암

이수지 법무법인 창경 구성원 변호사

입력2026-03-31 16:11

수정2026-03-31 17:21

이수지

이수지

법무법인 창경 구성원 변호사

K팝을 부르는 아이돌의 모습을 형상화한 AI 이미지.
K팝을 부르는 아이돌의 모습을 형상화한 AI 이미지.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BTS의 컴백 라이브 공연은 한국 콘텐츠 산업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3년 9개월 만에 복귀한 이들의 공연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실시간 송출되었으며, 공개 직후 77개국에서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를 기록했다.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상륙했을 때만 해도 10년 뒤 이 플랫폼이 한국 콘텐츠를 전 세계에 생중계하는 ‘글로벌 창구’가 되리라 예측한 이는 많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넷플릭스는 한국에 많은 돈을 투자하며 미디어 생태계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그 과정에서 나타난 명(明)과 암(暗)을 법률적·산업적 관점에서 되짚어보고자 한다.

넷플릭스 진출이 가져온 가장 고무적인 변화는 국내 제작 현장에 ‘법적 리스크 관리 문화’가 뿌리내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은 이른바 ‘쪽대본’과 밤샘 촬영으로 상징되는 관행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전폭 지원하는 대신 ‘스크립트 클리어런스(Script Clearance, 대본 내 법적 위험 요소 사전 검토)’ 등 엄격한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제작사들은 대본과 촬영본을 검토하여 타인의 저작권, 상표권, 명예훼손 등 분쟁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노력한다. 촬영 중 우연히 노출된 간판의 상표권 처리부터 극 중 인물과 실제 인물의 동일성 여부, 배경 음악 한 소절의 저작권 확보까지 챙기는 문화가 정착된 것이다. 이는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저작권 침해 논란 없이 안정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법적 방어막’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매우 값진 무형 자산이라 할 수 있다.

화려한 성과의 이면에는 한국 콘텐츠 산업이 거대 자본의 ‘하청 공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넷플릭스는 제작비 전액을 지원하는 대신 IP(지식재산권)와 글로벌 판권을 독점하는 ‘매입형(Buy-out)’ 계약 방식을 고수한다. 이는 제작사가 창의적인 기획력을 발휘하더라도 결과물에 대한 권리를 온전히 상실함을 의미한다.

작품이 전 세계적인 메가 히트를 기록해도 굿즈, 게임화, 리메이크 등 2차적 저작물 작성권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부가가치는 모두 플랫폼의 몫이 된다. 국내 제작사는 혁신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고도 수익의 낙수효과를 누리지 못한 채, 플랫폼의 주문에 따라 영상을 만드는 ‘제작 대행사’ 지위에 머물게 되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이러한 ‘IP 종속’은 토종 OTT들의 원천 IP 확보를 어렵게 만들어 국내 미디어 생태계의 자생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창작자 개인의 삶과도 직결된다. 기존 방송 시스템에서는 재방료 등 사후 보상 체계가 작동했지만, 글로벌 플랫폼에는 이에 상응하는 보상 체계가 사실상 부재하다. 미국 작가조합(WGA)이 2023년 스트리밍 수익에 대한 추가 보상을 요구하며 파업했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가조합은 단체 협상을 통해 보너스 조항을 이끌어냈다.

유럽연합(EU) 역시 2019년 디지털 단일 시장 저작권 지침을 통해 창작자의 ‘적절하고 비례적인 보상권’을 명문화했다. 이에 따라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넷플릭스 등 플랫폼은 시청 성과가 일정 기준을 넘길 경우 창작자에게 추가 로열티를 지급하는 성과 연동형 보상 체계를 도입했다.

한국은 2024년 ‘영상물 보상 상생협의체’가 출범하고, 영상콘텐츠에 대한 ‘추가보상청구권’의 입법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은 제자리걸음인 상황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10년간 한국 콘텐츠의 외연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제는 그 수익을 얼마나 공정하게 배분하여 창작자와 공생할 것인지 진지하게 답해야 할 시점이다.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위해서는 영상 창작자의 ‘추가보상청구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고, IP 공동 소유나 수익 공유가 실질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K-콘텐츠가 세계를 열광시킨 지난 10년이었다면, 다가올 10년은 한국이 단순한 생산 기지를 넘어 대등한 ‘글로벌 파트너’로 거듭나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 플랫폼과 창작자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공정한 룰을 정립할 때, K-콘텐츠의 생명력은 비로소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수지의 Enter In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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