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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 과학으로 본 K-푸드 [권대영의 한식 인문학]

권대영 한식인문학자(전 한국식품연구원장)

입력2026-03-31 16:12

권대영

권대영

한식인문학자

우리의 전통 장류 등 발효 과학을 묘사한 AI 이미지.
우리의 전통 장류 등 발효 과학을 묘사한 AI 이미지.

한식의 과학은 크게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첫 번째 어떻게 한식이란 음식이 우리 민족의 고유한 음식으로 탄생하였는가?와 두 번째로 어떻게 한식은 세계적으로 건강한 음식으로 인식되어가고 있는가?이다. 이 때 한식 탄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발효과학을 빼놓을 수 없다. 한식이 왜 세계적으로 건강한 음식이 되었는지에 대한 과학은 다음에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식에 대한 과학을 이야기하라 하면 쉽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한다. 식품영양학 측면에서 한식의 조리과정과 영양에 대하여 과학을 이야기하고, 식품공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식품의 가공제조에 필요한 식품과학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한식 과학에서 이야기하는 발효과학은 영양과학이나 식품과학에 볼 수 없는 더 깊은 다른 이야기가 들어 있다.

발효를 빼고 한식을 말할 수 없으나 학문적으로 한식이 발효과학을 탄생시킨 것은 아니다. 우리 조상들은 발효라는 개념, 심지어 미생물이라는 개념도 조금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 음식을 발전시켜왔다. 우리 조상 어머니들은 발효나 미생물은 모르지만 어떻게든 자식들을 배곯지 않고 먹여 살려야 했다. 음식을 맛 있게 해야 했고 나중에 먹어도 배탈나지 않게 하는 지혜를 쌓아 가야 했다.

그래서 발효나 미생물이란 용어를 쓰지 않고 우리 음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세계 음식의 발달 방향에 대하여 이야기한 것처럼 주어진 환경에서 어느 것이든 먹고 아프지 않아야 하고, 잘 먹으려면 맛이 있어야 했고, 먹고 남은 음식도 다시 먹을 수 있어야 했다. 배탈이 나지 않고 쌀을 비롯한 곡류를 먹으려는 것은 불로 끓임으로 많이 해결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끓인 밥만으로는 많이 먹을 수 없으니,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잘 넘길 수 있는 반찬과 국이 필요했다. 대부분 반찬은 양념을 써서 채소류를 이용하여 만들었고 드물게 생선과 고기류를 이용하여 만들었다. 그래서 한국인의 맛은 양념 맛, 또는 손맛이라고 한다. 이렇게 우리 민족의 지리적, 농경학적 환경에서 보면 맛있는 음식으로 가는 최적의 길을 찾아가면서 발전한 것이 한식이다.

양념은 한국인의 맛의 핵심이다. 그리고 그 양념을 만드는 핵심 재료는 파, 마늘, 고추 등의 향신재료이고 핵심소스는 장(醬)이다. 다시 말하면 양념을 주로 장으로 만든다. 김치도 양념으로 채소를 맛있게 무쳐 먹다가 남아 며칠 지나서 먹어도 배탈 나지 않고 오히려 또 다른 맛이 나서 발전하여 우리 음식의 대표로 자리 잡은 것이다. 곡류나 과일을 삶아서 먹다 남아 오래 두다 보면 술(酒) 냄새가 나는 막걸리가 되고 어떤 것은 더 오래 두었더니 초(醋)로 간다. 우리나라 조상들은 이들을 버리지 않고 오히려 이를 이용하여 밥을 먹고 마시며 노는 문화로 발전시켜 우리나라 민족 고유의 농경문화를 탄생한 것이다.

장도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의 고유의 소스로 발전시킨 것이다. 콩을 가을에 거두어 삶아 먹기도 하고 갈아 콩국을 만들어 먹기도 하였다. 콩을 많이 삶으면 초가을이나 따뜻할 때는 썩어버려 먹으면 배 아프지만, 오로지 초겨울이나 겨울에는 삶아 며칠 두어도 냄새는 나지만 아까워 먹어도 배탈이 나지 않는 것이다. 이 것이 청국장이다. 아무튼 콩을 삶으면 먹을 수 있어서 삶았다가 말리면 딱딱해지고 어떤 경우는 곰팡이가 끼었어도 썩지는 않고 다시 이(메주)를 물로 녹이(水化) 면 먹을 수 있는 데, 물로 녹이면 곧 못 먹기 쉬우나 소금물에 넣어서 오래 두면 딱딱한 콩이 연해지고 먹을 수 있다. 이 장(된장)을 고추나 마늘, 채소, 다른 삶은 고기를 찍어 먹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더군다다 어떤 경우는 이 담근 물(간장)의 맛이 기가 막히게 맛이 있어 양념을 만드는 데 무치는 소스로 주로 쓰이게 된다. 물론 콩으로 두부와 콩나물을 만들어 먹는 것도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이지만 일종의 식품과학을 이용하여 발전시킨 이다. 콩의 원산지가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이러한 콩의 음식문화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반찬에서 김치, 장, 술, 식초, 젓갈과 같은 것이 대표적인 발효식품이 탄생한 것이다. 맛은 재료와 양념 자체의 맛과 발효과정 중에 생긴 젖산을 비롯한 각종물질(대사물질)에 의하여 맛있는 맛이 나고, 음식이 부패되는 것을 막는 것은 발효과정 중에 생긴 우리 몸에 좋은 미생물이 우리 몸을 해하는 다른 부패 미생물을 싸워 이겨내고 주로 차지함으로써 배탈이 나지 않는다(以菌制菌). 우리에게 이로운 미생물(젖산균)은 많은 단백질로 된 효소를 만들어 내서 나쁜 균을 죽여버려 우리 몸을 해치지 않게 하고, 오히려 이로운 건강한 물질을 내서 맛이 있어지고 나중에도 먹을 수 있게 한다. 좋은 일을 하는 효소가 주로 만들어 활동하면 ‘잘 익었다’고 하거나 ‘잘 삭히었다’고 해서 ‘발효(醱酵)’라고 한다. 나쁜 일을 하는 효소가 만들어져 음식이 썩으면 ‘쉬었다’ 또는 ‘삭았다’ 하고 ‘부패(腐敗)’라고 한다.

중국 음식은 기름에 튀김으로 맛있게 하고 오래 후에도 먹게 하였지만, 우리 음식은 발효로 음식을 맛있게 하고 나중에도 먹을 수 있게 하는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는 세계 유일의 음식문화이다.

권대영의 한식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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