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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7채 중 1채가 빈 집…‘공짜 분양’하는 日, 美 시장 삼킨다

◆ 박시진의 글로벌 픽 <8>

빈 집 1000만 채 육박…세금 면제 등 무료 분양

집 값 비싼 美·英 등 외국인들, 아키야 관심 커

日 건설사들, 연이어 美 주택 건설사 M&A 시도

전체 시장 6% 점유…조립식 일본 주택 기술 전파

낮은 금리에 가격 경쟁력…고령화·저출산 해소 목적

입력2026-04-01 05:30

수정2026-04-01 05:30

일본 소도시 주택. 사진제공=클립아트코리아
일본 소도시 주택. 사진제공=클립아트코리아

외국인들이 일본 소도시에 위치한 ‘빈 집(아키야)’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일본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어르신들이 떠난 집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고, 도시 집중화 현상까지 겹치며 소도시의 빈 집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니다. 올 초 기준 일본의 아키야는 거의 1000만 채에 육박하고 있는데요, 주택 7채 중 1채가 빈 집인 셈입니다.

이에 일본 지자체들은 빈 집을 무료로 분양하고 있습니다. 방치하느니 차라리 새 소유주를 찾아 관리라도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부모의 오래된 집이 필요 없거나, 신축을 선호하는 시장에서 매각하지 못한 상속인들이 마을에 집을 기증하면, 지자체는 몇 년간 재산세를 감면해주고 새 입주자에게 소유권을 넘기기도 합니다. 대신 “최소 5년 이상 거주할 것” “리모델링 비용은 본인 부담” “지역 활동에 적극 참여할 것” 등의 조건을 붙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집값이 비싼 지역에 사는 외국인들이 일본의 아키야에 눈을 돌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런던, 도쿄 같은 대도시에서는 중산층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반면, 외곽 지역에서는 원치 않는 주택이 과잉 공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빈 집을 그대로 방치하면 지역 사회도 쇠퇴 수순을 밟기 마련입니다. 지자체들이 헐값에라도 넘겨 사람들을 유인하려는 이유입니다. 미국부터 호주, 캐나다 등에 거주하는 이들은 원격으로 아키야를 둘러보고 매입합니다. 백 년 된 역사적 가치를 지닌 집들이 있는가 하면, 지붕이 무너져 내릴 듯한 낡은 집도 있습니다.

아키야마트 홈페이지. 사진제공=아키야마트
아키야마트 홈페이지. 사진제공=아키야마트

2023년 외국인이 일본에서 부동산을 찾고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 아키야마트를 공동 설립한 쿠로사와 테이크와 조이 스토커먼스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들은 미국과 캐나다의 집값이 너무 비싸다고 느껴 온천 마을 벳푸에 있는 아키야를 4만 달러(약 6100만 원)에 구입하게 됩니다. 이후 6채를 추가로 매입해 수리한 뒤 숙박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설립한 아키야마트는 지난 1년 간 사용자 수가 8000명에서 6만 명 이상으로 급증했습니다. 아키야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반대 현상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일본 건설업체들이 미국 건설사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주택 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인데요, 미국 주택 건설 시장이 둔화하는 시점에 공격적으로 진출함과 동시에 고령화·저출산으로 침체된 일본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일본 건설업체들은 2020년 이후 미국 단독주택 건설업체 23곳을 인수했는데, 이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인수 건수 대비 2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 건설업체들은 미국 주택 건설 시장의 약 6%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에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주택 건설 및 목재 회사인 스미토모 포레스트리가 네바다주에 본사를 둔 상장 건설업체 트라이포인트 홈즈를 45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트라이 포인트는 연간 약 5000채의 주택을 짓는 미국 내 상위 20대 건설업체입니다. 이시이 도루 세키스이하우스 이사는 “일본의 인구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규모와 잠재력 면에서 미국 시장은 여전히 매우 매력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주택 내부. 사진제공=클립아트코리아
일본 주택 내부. 사진제공=클립아트코리아

일본의 금리가 미국보다 낮다는 점도 진출을 가속화하는 요인입니다. 세키스이하우스 같은 일본 건설업체들은 낮은 자금 조달 비용 덕분에 경쟁사 대비 더 높은 인수가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인수·합병(M&A)을 전문으로 하는 마거릿 휠런 휠런어드바이저리 CEO는 “자사가 중개한 건설업체 거래의 절반 이상을 일본 매수자들이 가져갔다”며 “일본 업체들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건설업체들은 인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주택 DNA’를 미국 시장에 이식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프리배브(조립식) 주택’이 보편화돼 있는데, 새로 인수한 미국 기업에도 이 공정을 도입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시이 이사는 “시장이 침체된 지금이야말로 미국 지사들이 일본식 주택 건설의 효율적인 방식을 배우기 좋은 시기”라며 “경기가 호황이어서 집 앞에 간판만 세워도 팔리는 상황이라면 아무도 우리 기술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도 인구 소멸 지역에서 방치된 ‘빈 집’이 사회 문제로 부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빈 집 매입 시 세금을 면제해주는 등 혜택을 제공하며 유입 인구를 늘리려고 하고 있지만, 해외의 사례를 참고해 보다 획기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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