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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따블’ 열풍의 허상

황정원 마켓시그널부 부장

차익만 좇는 공모가 ‘몸 낮추기’

심사 강화 비웃는 급등락 장세

쥐꼬리 배정이 부른 단타 매매

장기투자 유인할 제도정비 시급

입력2026-03-31 17:31

수정2026-03-31 23:50

지면 30면

2023년 6월부터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이 200%에서 400%로 확대되자 다시 공모주 바람이 불었다. 상장 첫날 주가가 ‘따블(공모가 대비 2배)’에서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까지 급등하니 너도나도 뛰어들어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다.

1년이 지난 뒤 열풍은 역풍이 됐다. 기관들은 수요예측부터 경쟁적으로 높은 가격을 써냈고 신규 상장사의 대다수가 밴드 최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형성했다. 높은 공모가로 인해 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한 새내기주가 빈번해지니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공모가가 기업가치 대비 부풀려졌다는 뻥튀기 논란까지 뒤따랐다.

이후 한국거래소는 상장 심사를 깐깐하게 진행해 공모가 눈높이를 다시 낮췄다. 거래소의 까다로운 허들을 넘지 못하고 기업공개(IPO) 철회를 선택한 기업이 늘었고 최근에는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는 기업조차 줄어들었다. 지난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모든 기업의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 밴드 안에서 결정됐을 정도다. 공모가 거품 현상이 진정됐다는 해석과 동시에 시장에서는 의도적으로 공모가를 낮춰 증시 입성 뒤 주가가 올라가도록 만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실제 올해 상장한 9개 기업(아이엠바이오로직스·에스팀·액스비스·메쥬·한패스·카나프테라퓨틱스·덕양에너젠·케이뱅크·리센스메디컬) 중 5곳이 상장 첫날 ‘따블’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부터 공모주 흥행이 이어지자 수요예측에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일반 청약 경쟁률은 1000대1을 훌쩍 넘어서고 공모주마다 수조 원의 ‘뭉칫돈’이 증거금으로 쌓였다.

공모주마다 상장 첫날 급등하면서 특히 단타가 심해졌다. 청약을 받은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상장 첫날, 그것도 오전에 주식을 던지는 것을 으레 당연하게 여긴다. 상장 당일 못 팔면 자칫 골칫덩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이러니하게도 공모주 ‘대박’ 기대가 단타 투자 문화를 만든 셈이다.

이는 공모주가 상장 이튿날 이후에도 상승 열기를 이어가는 사례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주가가 공모가 위로 유지되더라도 상장 첫날 주가를 상회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례로 아이엠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상장 첫날 300% 올라 10만 4000원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5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최근 중동 전쟁 여파로 증시가 흔들거린다는 것을 감안해도 과도한 하락이다.

공모주 단타를 만든 또 다른 요인은 청약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받는 물량이 극히 일부에 그친다는 부분이다. 최소 증거금만 납입하면 아예 1주도 배정받지 못하고 20주 정도는 넣어야 운 좋게 1주 배정을 받는다. 최근 한 공모주에 청약한 투자자는 2만 주가량 신청해 겨우 6주를 받았다. 투자금을 넣어도 몇 주 받는 게 다여서 기업의 성장에 대한 믿음으로 장기 투자를 하기보다는 ‘첫날 매도해 치킨값이나 챙기자’는 심리가 더 큰 것이다.

공모주 제도는 수년간 정비를 거듭해왔으나 아직도 여기저기 허점이 많아 보인다. 당초 청약 시 많은 자금을 낼수록 더 많이 주식을 받는 비례배정 방식이 고액 자산가만 수혜를 본다는 비판이 일자 일반 투자자들까지 기회를 넓혀준다는 취지로 2021년 균등배정 방식을 도입해 50대50으로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청약자 수가 많아지면 물량이 쪼개지고 나머지 50%는 여전히 자본력에 좌우된다. 시장 과열로 로또처럼 운으로 주식을 받게 돼 배정 확률과 기대 수익 모두 낮아져버린 것이다.

올 상반기 상장을 통해 사상 최대 규모인 750억 달러(약 112조 원)를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물량의 최대 30%를 개인투자자에게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과 달리 개인투자자들은 상장 직후 대규모 물량을 매도하거나 단기 차익 실현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한국인의 ‘단타’와는 상반된 투자 패턴인 셈이다.

가격 발견이라는 IPO의 본질적인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하다. 기관투자가들이 상장 직후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공모주 의무보유확약 비율을 높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감내하는 장기 투자가 아니라 단기 차익을 노리게 만드는 지금의 시장은 공모주 ‘따블’ 열풍의 허상이 아닐까.

황정원 마켓시그널 부장
황정원 마켓시그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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