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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동 땐 금융실명제 이후 33년 만…靑 “위기 대응에 제약 없다”

■李 긴급재정경제명령 시사

에너지 수급불안에 선제대응 의지

핵심 원자재도 전시물자 수준관리

종량제 봉투 등 가짜뉴스 엄정대응

한동훈 “초법적 경제 계엄령” 비판

입력2026-03-31 17:33

지면 2면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긴급재정경제명령 발동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날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이른바 ‘전쟁 추경’을 의결했지만 위기가 더 커질 경우 통상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필요할 경우 헌법이 보장한 비상 권한까지 동원해 시장과 실물경제를 동시에 안정시키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실제 긴급재정명령이 발동되면 1993년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 이후 33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동 지역 에너지 수급 비중이 큰 우리 입장에서 치밀한 비상 대책이 요구된다”며 “긴급할 경우 긴급재정명령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헌법 제76조는 중대한 재정·경제 위기 시 대통령이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 명령을 발동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 수립 이후 긴급재정명령은 한국전쟁 당시 14호까지 내리 발령됐고 1차 오일쇼크가 발생한 1972년 박정희 정부 때 기업 채무 상환 유예 등 고금리 억제를 목적으로 ‘긴급금융조치’가 있었다. 이후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를 포함해 16호까지 발동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장 긴급재정명령을 발동하겠다는 의미보다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비상한 대응을 주문하는 한편 해결 방법에 제약을 두지 않겠다 메시지로 봐야 한다”며 “특히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이후에도 위기 대응에 쓸 수 있는 카드가 충분하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대통령도 “위기 대응에 제도나 법령·관행 이런 게 좀 걸리는 게 있을 것이다. 이럴 때는 통상적 대응으로는 좀 부족하다”며 “법과 제도라는 것은 필요하면 바꾸면 된다. 과감하게 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에너지 수급 문제의 장기 해결책으로 재생에너지 전환도 재차 강조됐다. 이 대통령은 “재생에너지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에 전기차 구매 지원을 더 많이 획기적으로 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지난주부터 나프타에 대한 긴급 수급 조정 조치가 시행됐다”며 “요소·요소수·헬륨·알루미늄 등 핵심 원자재 역시 전시 물자에 준하는 수준으로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짜뉴스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 또한 밝혔다. 최근 종량제 봉투 사재기 현상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생산원가가 2배 오른다고 해도 최종 판매 가격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사재기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공급 부족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최초로 헛소문을 퍼뜨린 사람을 찾아 엄정하고 신속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또 “원유 우선권 행사를 잘못해 90만 배럴이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악의적 헛소문을 퍼뜨린다”며 “일종의 정치랍시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일부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최소한이 있다”며 “국가적 위기 탈출을 위해 힘들게 애쓰고 있는데 가짜뉴스로 고통을 가하거나 방해를 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방한한 미국 하원의원단을 청와대에서 접견한 자리에서도 중동 전쟁에 따른 위기 상황을 거론하며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중동 전쟁 때문에 전 세계 모든 국가들도 마찬가지로 우리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정부가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 시사 발언을 “정치 쇼”라고 했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초법적인 ‘경제 계엄령’을 발동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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