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추진”, 고발·소송 남발 방어책 필요
입력2026-04-01 00:05
수정2026-04-01 00:05
지면 31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기업에 대한 독점 고발 권한인 ‘전속고발권’ 폐지안을 발표하면서 고발·소송 남용 등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31일 국무회의에서 “전속고발권을 전면 폐지하는 방향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전속고발제는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고발 남용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1980년 도입됐다.
전속고발권의 공정위 독점은 권한 집중과 정경 유착 등에 대한 논란으로 정권 성향에 따라 폐지 움직임이 반복됐다. 공정위가 고발권을 독점하다 보니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적발이나 처벌이 제때 이뤄지지 않거나 고발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주요 근거였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공정위의 권력 독점이 깨지고 불공정 행위에 대한 수사가 활성화돼 소비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고발·소송 남용으로 인한 기업 부담이 더 큰 문제다. 오죽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일정 수 이상의 국민에게 고발권이 부여되면 고발권 남용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겠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경쟁사가 해당 제도를 활용해 상대 기업을 고발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제도 설계 과정에서 기업에 추가적인 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는 부정적 요소도 함께 봐야 한다. 경쟁 사업자나 하도급 업체, 노조 등이 고소·고발에 나서면 소송 대란이 벌어질 수 있고 기업들이 애꿎게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공정 행위로 고발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지 훼손 등 커다란 경제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대기업보다 법적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은 직격탄을 피할 수 없다. 공정위는 고발 남발을 막기 위해 일정 수 이상 국민이나 사업자가 필요하도록 제한을 둔다는 방침이지만 전속고발권 폐지를 밀어붙이기보다는 부작용에 대한 논의부터 하는 것이 순리다.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고발·소송 남발을 막을 대책을 마련하고 전속고발권 폐지의 시기와 고발권 부여 대상 등도 신중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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