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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긴급재정명령 활용할 수도”, 위기 극복에 힘 모아야

입력2026-04-01 00:05

지면 31면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불안과 관련해 “필요하면 헌법이 정한 긴급재정명령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대책을 고민할 때 통상적 절차에 계속 의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더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헌법 76조에 규정된 긴급재정명령은 국가비상사태 시 국회 동의 없이 법률적 효력을 갖는 명령을 내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1972년 ‘사채 동결 조치’와 1993년 ‘금융실명제’ 때 발동된 후 사용된 사례가 없다. 이 대통령이 긴급재정명령권까지 언급한 것은 현재 대외 여건을 얼마나 엄중하게 판단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중동발 위기의 극복에 대한 강한 의지와 책임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란 전쟁은 유가 급등과 공급망 위기를 초래해 우리 경제의 근간인 수출은 물론 물가 등 실물경제 전반에 치명타를 줄 우려가 크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시장의 불안 심리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다만 정부가 이미 이란 전쟁 위기 대응을 위해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 국회 논의와 표결을 앞둔 이 시점에 긴급재정명령을 검토하겠다는 언급까지 하는 것이 필요했는지는 고민해 볼 여지가 있다. 긴급재정명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라고 사용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긴급한 비상 시기에 한해 대통령에게 예외적으로 주어진 권한이라는 점에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파고 속에 성장 동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사안의 긴박성을 고려해도 긴급재정명령은 예외적으로 사용돼야 마땅하다. 이 대통령이 이날 주문했듯이 지금 정부가 우선 집중해야 할 일은 헬륨·요소수 등 핵심 원자재까지 전시 수준으로 관리하고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각종 생필품 및 의료 용품의 수급 불안에 민관 총력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헌법상 비상 권한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정부·여당은 긴급재정명령 검토에 앞서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추경의 신속하고 빈틈없는 처리부터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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