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S공포’…한은, 물가·경기 다 잡는 정책 조율을
입력2026-04-01 00:05
지면 31면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1일 우리 경제의 최대 단기 리스크로 중동 사태를 꼽고 유연한 통화정책을 펴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용적 매파(통화 긴축론자)’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경제 전체 흐름을 잘 읽고 금융 제도와 실물경제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파악한 다음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원칙론에 가깝지만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경기 친화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신 후보자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에 대해 “중동 상황으로 취약 부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정책적 완화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정부와 긴밀한 정책 공조가 예견되는 발언이다.
신 후보자는 취임 즉시 물가 안정과 경기 방어라는 상충된 정책 목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정부는 중동발 충격에 대응해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내놓았다. 일종의 응급 처방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정유 업계가 경영 위기에 직면한 데 이어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 전반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고유가·고환율이 중첩된 이중 충격과 맞물려 현금 지급성 추경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30원 선을 돌파했다. 자칫 물가 상승 속 경기가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다. 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한은으로서는 경기 둔화에도 금리를 올려야 하는 처지로 몰리게 된다.
지금은 재정·통화정책 간의 정교한 정책 조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신 후보자는 한은의 설립 목적이 ‘물가 및 금융 안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련의 거시 안정성 조치와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금융 불안정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재정 확대 정책을 펴더라도 에너지, 취약 계층 등에 대한 핀셋 지원으로 물가 상승 부담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이번 위기를 에너지 공급선 다변화, 제조업 구조조정 등의 기회로 삼는 지혜도 요구된다. 규제 완화, 신성장 동력 발굴 등을 통해 경제 기초 체력을 다지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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