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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규제 만들어낼 ‘입법 인프라’

​ 김종문 한경대 석좌교수(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입력2026-04-01 18:13

지면 30면
김종문 한경대 석좌교수 /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김종문 한경대 석좌교수 /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인도에서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코브라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코브라를 잡아오면 포상금을 주는 정책을 시행했다. 정책 의도와 달리 사람들은 포상금을 받기 위해 코브라를 사육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이를 알고 포상을 중단하자 쓸모없어진 코브라를 사람들이 들판에 버려서 결국 코브라 수가 이전보다 늘어났다.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미국 748건, 프랑스 47건, 독일 62건, 일본 88건, 한국 8061건(2016~2020). 무슨 숫자일까. 각국의 입법 실적이다. 미국보다 10배, 일본보다 100배 많은 한국의 활발한 입법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회문제를 민감하게 포착해 해결하려는 적극성, 하위 법령으로 둘 수 있는 사항까지 법률로 끌어올리는 경향, 입법 실적 중심의 의원 평가, 다수당 구조에서 신속한 법안 처리 등이 그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21대 국회(2020~2024)에서 발의된 법안은 2만 5858건이고, 통과된 법안이 9063건이다. 그리고 발의 법안의 96%, 통과 법안의 94.5%가 의원 입법이다. ‘좋은규제시민포럼’의 발표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이후 현재까지 발의 법안은 1만 6150건이고 이 중 규제 법안은 5380건이다. 매주 172건이 발의되는데 그중 57건이 규제 법안인 셈이다.

법안이 아무리 많이 발의돼도 충분한 소통을 거쳐 통과된다면 발의 건수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충분히 논의되고 있는가.

2020년 국회의 17개 상임위원회가 개최한 공청회는 24회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 의회는 같은 기간 1500여 회의 입법 청문회를 열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발의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면서 충분한 검토가 생략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타다금지법은 모빌리티 산업의 성장 기회를 제약했다는 평가가 남아 있고, 화학물질 평가 및 등록법은 과도한 기준으로 중소기업의 부담을 키운 뒤 10년이 지나 완화됐다. 선의의 입법이 의도치 않게 과잉 규제로 이어진 사례로 볼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과잉 규제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까. 입법의 파급 효과를 냉철하게 검토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데 경제계와 시민사회는 다음 세 가지 과제를 적극 요구해야 한다.

첫째, 의원 입법에도 정부 입법과 같이 사전 규제영향평가를 도입해야 한다. 법안 제출 주체에 따라 거쳐야 할 절차가 다른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비용과 편익을 과학적으로 비교한 자료로 국회에서의 검토를 뒷받침해야 한다. 마침 규제영향평가를 의무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운영위에 계류 중이다.

둘째, 입법의 ‘양’이 아닌 ‘질’로 의원을 평가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우선 시범적으로 주요한 신설 규제를 포함한 법률부터 정책 효과를 측정해볼 수 있다. 현재 의정 활동을 평가해 공표하고 있는 시민단체가 경제계의 연구기관과 협업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셋째, 국회 내에 입법의 사전·사후 영향을 평가할 ‘입법영향평가원’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 의원 입법이 95%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중립적인 전문 조직이 규제의 영향에 대한 분석을 제공한다면 상임위에서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새로운 입법은 어쩌면 코브라 효과와 같은 부작용이 생겨날 수 있는 하나의 가설이다. 가설은 최대한 검증해야 한다. 좋은 규제는 ‘많은 규제’나 ‘빨리 만들어진 규제’가 아니라 ‘잘 설계된 규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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