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위 종목이 블로거 글에 하한가, 부끄러운 코스닥 민낯
입력2026-04-02 00:01
지면 31면
코스닥 대장주인 삼천당제약이 이틀 연속 폭락해 투자자들을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먹는 비만약’ 열풍을 타고 주가가 급등하며 황제주 반열에 올랐지만 무명 블로거의 한마디에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천당제약은 전일 하한가에 이어 또 11% 급락해 73만 7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국내 증시가 종전 기대감에 폭등한 상황에서 나 홀로 급락세를 보인 것이다. 이틀 새 증발한 시가총액만 9조 원을 넘었다. 삼천당제약은 경구용 인슐린 플랫폼 ‘S-PASS’ 기대감에 힘입어 몇 달 새 주가가 급등했다. 시총은 올해 초 5조 원대에서 최근 28조 원까지 불어나고 주가도 20만 원대에서 100만 원을 넘기며 코스닥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회사가 공개한 미국에서의 15조 원(10년간) 매출 계약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면서 분위기가 돌변했다. 회사 측은 문제를 제기한 블로거와 증권사·애널리스트를 법적 대응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삼천당제약에 대해 영업 실적 전망 등 공정 공시 미이행을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이번 사건은 코스닥 생태계가 얼마나 허약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가벼이 넘길 수 없다. 특히 코스닥 1위 기업이 이름 없는 블로거에 속절없이 무너졌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많은 바이오주들이 그렇듯 삼천당제약도 제대로 된 분석 보고서나 전담 애널리스트, 목표 주가조차 전무하다시피했다. 코스닥으로 투자금이 몰리지만 정작 기업의 기술적 실체나 공시의 투명성을 검증할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코스닥을 프리미엄·스탠더드·관리군으로 나누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총 규모나 수익성 못지않게 지배구조와 공시 신뢰성 등 믿을 만한 우량주에 대한 투자판을 깔아 주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밸류업’과 코스닥 활성화를 외치며 자금 투입에만 열을 올리는 것보다 신뢰성을 높이는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초 체력이 부실한 상태에서 쌓아 올린 시총은 결국 개미 투자자들의 눈물로 돌아올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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