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석유값 9.9% 급등…“5조 추경 없었으면 30%대 뛰었을 수도”
[소비자물가 전년比 2.2% 상승]
석유 최고가격제 등 정부 통제
전체 물가 상승률 0.7%P 눌러
농산물·가공식품 가격도 하락
외식 등 생활물가로 전이 시차
당분간 인플레 압박 계속될 듯
입력2026-04-02 16:20
수정2026-04-02 19:00
3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 넘게 올랐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2.4%)을 기점으로 하향세를 보였으나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석유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넉 달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그나마 정부가 5조 원의 재정으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실시해 물가 인상을 상당 부분 억제했으나 당장 전쟁이 끝나더라도 유가가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당분간 인플레이션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석유류 가격이 9.9% 오르며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이어지던 2022년 10월(10.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경유 가격이 17% 상승하며 휘발유(8.0%)보다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배럴당 80달러대에서 약 130달러 수준까지 급등했다.
다만 정부의 유류 가격 통제 정책이 상승 폭을 일부 상쇄했다. 정부는 지난달 13일부터 정유사 공급가 상단을 제한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이에 따른 손실 보전을 위해 추경으로 약 5조 원을 투입했다. 정부에 따르면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휘발유는 ℓ당 약 200원, 경유와 등유는 약 500원 수준의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소비자물가로 환산하면 석유류 가격은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을 경우 20%포인트가량의 추가 상승 압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달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9.9%에 그쳤지만 5조 원 규모의 정책이 없었다면 상승률은 30%대 안팎까지 치솟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약 0.7%포인트 이상 낮아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한 물가 분석 전문가는 “지난달 석유류 가격이 9.9% 뛰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를 기록했지만 석유류 가격이 30% 올랐다고 가정했을 때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를 찍었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진단했다. 5조 원이 투입된 석유 최고가격제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7%포인트 억제하는 효과를 낸 것이다.
같은 기간 농산물 가격 하락도 물가 상승분을 일부 상쇄했다. 농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5.6% 내렸다. 특히 무(-42%), 당근(-44.1%), 양파(-29.5%) 등 채소류 가격이 13.5% 떨어졌다. 정부는 이달부터 쌀·계란·고등어 등 가격 상승 품목을 중심으로 150억 원을 투입해 농축수산물을 최대 반값까지 할인 지원할 방침이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 역시 지난달 2.1%에서 이번달 1.6%로 상승 폭이 둔화됐다. 2024년 11월(1.3%) 이후 최저 상승 폭이다. 이는 지난달부터 식품 업계에서 설탕·밀가루 등 상품 출고가를 대거 인하하고 제빵·아이스크림 등 상품 가격을 자발적으로 낮춘 영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3월 지표만으로 물가 안정 흐름을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말한다. 국제유가 상승이 항공료·외식 등 서비스·생활물가 전반으로 전이되는 데는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동 전쟁이 본격화 국면에 진입하면서 유가 상승 폭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에너지 가격 상승 충격이 전방위로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재는 물가가 안정된 국면이라기보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초기 단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에너지 인프라 피해가 발생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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