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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수록 손해인데 동결…속 타는 페인트업계

◆정부 물가 압박에 수익성 흔들

중동 여파 원재료비 50% 올라

가격 인상 보류에 역마진 심화

R&D·투자·고용 등 위축 우려

입력2026-04-02 17:55

수정2026-04-02 23:31

지면 14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한 상점에 페인트 등 석유화학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중동 지역 전쟁 장기화에 따라 석유화학 연료인 나프타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석유화학 업체들은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성형주 기자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한 상점에 페인트 등 석유화학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중동 지역 전쟁 장기화에 따라 석유화학 연료인 나프타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석유화학 업체들은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성형주 기자

중동전쟁으로 페인트의 원재료인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업계의 역마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물가안정 기조로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쉽지 않아 페인트 업계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페인트 업체들은 원유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페인트 주요 원료인 용제와 수지 원료를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상승된 가격에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페인트 원료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용제와 수지의 원료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생산된 나프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용제는 페인트의 점도를 조절해 도포 작업을 개선하고, 수지는 페인트의 내구성과 접착력, 광택 등 최종 도막의 물성을 결정하는 핵심 성분이다.

중동사태로 나프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페인트 원재료비 가격도 수급 프리미엄이 붙어 급등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일 기준 3월 나프타 월평균 가격은 톤당 1008달러로, 2월 월평균 약 608억 달러 대비 65.63% 올랐다.

국내 페인트 업체들이 최근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한 것도 이 같은 원재료비 상승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 안정을 강조하면서 페인트 업계는 가격 인상을 철회하는 분위기다.

업계 1위인 KCC(002380)가 가격 인상을 철회한 만큼 다른 업체들도 제품 가격을 높게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루페인트(090350)삼화페인트(000390)는 시장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검토 중 인 것으로 전해졌다.

페인트 업계는 중동 전쟁 이전부터 건설경기 장기침체와 고환율, 중국의 증치세 환급 중단으로 부담이 누적된 상황이라며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수출증치세 환급은 중국 국내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수출화물의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주는 제도다. 페인트 원재료가 되는 일부 석유화학 제품 환급 폐지가 1일 시작되면 수출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기업의 원재료비 부담이 더욱 커진다.

국내 주요 페인트 업체들은 원재료의 약 65%를 국내 수급을 통해 받고 있어 중국과 중동 외 신규 해외 공급망을 뚫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한 페인트 제조업체 관계자는 “평소보다 50% 이상 높은 가격에 원재료 확보하고 있지만, 수급불안으로 물량은 기존 대비 60% 수준”이라며 “원재료 저장 공간이 한정적이고, 전쟁 전에는 일주일에 3~4회씩 국내에서 공급 받는 구조였기 때문에 각 사들은 재고가 많아봐야 1개월 이내에 불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유 공급난이 심화하고 있는 일본 페인트 업체들도 이 같은 원료 부담에 줄줄이 페인트 가격을 올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닛폰페인트는 지난 달 25일 모든 용제 가격을 인상했다. 다이신페인트 역시 1일부터 신나 등 용제 제품 가격을 60~70% 올렸다.

원재료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상 원가 상승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할 경우 페인트 기업의 경쟁력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비용 부담을 기업이 자체적으로 흡수해야 하는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연구개발(R&D)과 투자,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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