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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위기, 독서가 해법이다

■이재용 선임기자

초중고생 문해력 저하 문제 심각

SNS에 빠져 긴 글 읽기 어려워해

책 읽기로 비판적 사고력 키워야

매일 10분 독서 습관이 변화 불러

입력2026-04-02 18:06

수정2026-04-02 23:46

지면 30면

요즘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흘’을 4일로, ‘금일’을 금요일로, ‘우천 시’를 지명으로 오해하는 학생들의 사례는 우스갯소리로 넘길 일이 아니다. 문해력이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뜻한다. 단순한 어휘력 부족을 넘어 긴 글을 읽는 것을 어려워하고 문장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성인이라고 다를 것도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문해력 점수는 249점으로 2012년 대비 24점 떨어졌고 OECD 평균(260점)보다 낮았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는 왜 문해력을 잃어가고 있을까. 주요 원인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거론된다. SNS에는 주로 짧은 분량의 글과 이미지·영상이 올라온다. SNS를 운영하는 업체는 이용자가 한 콘텐츠에 집중해 진득하게 머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짧은 콘텐츠를 빠르고 반복적으로 소비해야 광고 매출이 오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SNS 플랫폼은 짧고 강한 자극을 주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또 ‘좋아요’와 댓글·알림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해 이용자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미래학자인 니콜라스 카는 2010년에 출간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웹상에서 행하는 모든 클릭은 우리의 집중력을 깨뜨리고 주의력을 완전히 무너뜨리는데, 우리가 가능한 한 어쩔 수 없이 자주 클릭하게끔 해둔 것은 그럴수록 구글이 경제적인 이익을 얻게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법원에서 열린 SNS 중독 피해 보상 재판에서는 메타의 한 직원이 “인스타그램은 마약과 같다. 우리는 마약 판매상이나 다름없다”고 쓴 e메일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런 SNS의 구조 속에서 긴 텍스트를 이해하고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은 갈수록 약화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SNS 사용을 제한하는 것으로 문해력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미 호주와 유럽연합(EU) 등은 청소년의 SNS 사용을 원천 차단하는 강력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SNS 사용 제한은 문해력 회복의 출발점은 될 수 있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문해력을 키우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가장 효과가 좋은 훈련은 책을 읽는 것이다. 카는 같은 책에서 “구글이 가장 원치 않는 것은 여유롭게 읽는 행위나 깊이 생각하는 것을 독려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독서는 우리에게 느리게 읽기의 중요함을 가르쳐준다. 주변의 자극에서 벗어나 긴 글을 집중해서 읽는 행위는 우리의 생각을 깊어지게 만든다. 저자가 결론을 위해 차곡차곡 쌓아가는 논리 구조를 따라가다 보면 종합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독서는 결론보다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설과 시 등 문학작품을 읽는 것도 맥락 속에서 단어의 쓰임을 배우며 어휘력과 표현력을 늘려주는 데 도움이 된다.

문해력 위기 속에서 독서의 중요성이 높아졌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가운데 6명이 1년간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4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젊은 세대, 특히 초중고생들이 책을 읽도록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학생 때 책을 읽는 즐거움을 경험해야 성인이 돼서도 책을 가까이할 수 있다. 문제집 풀이와 정답 찾기 위주의 독서 교육을 학생이 책 한 권을 온전히 읽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올해를 ‘국가 독서의 해’로 선포하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는 영국 정부는 부모들에게 하루 딱 10분만 자녀와 함께 책을 읽어줄 것을 권고했다.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여 아이들에게 독서 습관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미국의 교육개혁가인 호러스 맨은 “한 문장이라도 매일 조금씩 읽기로 결심하라. 하루 15분씩 시간을 내면 연말에는 변화가 느껴질 것이다”고 했다. 매일 10분에서 15분이라도 책을 읽는 작은 습관이 개인은 물론 나라의 미래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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