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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發 위기에 ‘26조 추경’ 호소...李 “기름 한 방울 아껴야”

[‘26.2조’ 전쟁추경 시정연설]

약 16분간 1분에 2번꼴로 “위기”

“국민들의 하나된 힘 필요” 호소

유가 부담 완화·공급망 안정 등

“최악 상황 염두 두고 선제 대응”

연설 후 미 연방상원 의원단 만나

“전작권 환수로 美 부담 줄이겠다”

입력2026-04-03 06:00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중동 전쟁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들의 자발적 노력을 당부했다. 특히 “기름 한 방울이라도 아끼고 비닐봉지 하나라도 허투루 쓰지 않을 때 위기의 터널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빠져나갈 수 있다”며 “국민의 하나된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약 16분간 진행된 시정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위기’ 28번, ‘경제’ 18번을 언급하며 추경안 처리의 절박함을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한 ‘2026년 추경안’ 시정연설에서 “경제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코스피지수 5000 돌파와 반도체·조선 등 기업들의 활약으로 경제가 비상할 기회를 맞았지만 중동 전쟁으로 “예상 밖의 복합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하며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경제 전반과 국민 일상에 미칠 영향을 꼼꼼하게 살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총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크게 △고유가 부담 완화 3대 패키지 10조 원 △민생안정 2조 8000억 원 △공급망 안정 2조 6000억 원 △지방 투자 재원 9조 5000억 원 등으로 나눠 설명했다.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대해 이 대통령은 “소득 하위 70% 국민 약 3600만 명을 대상으로 10만∼20만 원까지 차등 지원하겠다”며 “지원금은 지역화폐로 지급해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했다”고 했다.

민생 안정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먹거리와 생필품을 무상 제공하는 ‘그냥드림센터’를 두 배 확대해 먹을 것이 없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범죄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겠다”고 제시했다. 핵심 자원 확보 문제에 대해서는 “석유 등 안정적 공급 기반 확보를 위해서도 7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며 “석유화학 산업의 ‘쌀’인 나프타 수급과 석유 비축 지원 확대로 견고한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시정연설에서 ‘위기’를 28번 언급했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국내 경제 불확실성이 취약 계층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경제’ 18번, ‘국민’ 17번, ‘에너지’ 9번 각각 거론하며 중동발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절약 동참도 호소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과 사전 환담을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일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과 사전 환담을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이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국회의장실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및 여야 지도부와 사전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국제 정세의 불안으로 자원 확보 측면에서 우리도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며 “모든 사안에서 협력하기는 어렵겠지만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삶이라는 목표 아래 공감대가 형성되는 범위 내에서는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더불어 “5·18 정신의 헌법 전문 반영이나 계엄 요건의 엄격화 부분은 충분히 합의될 수 있다고 보인다”며 부분적으로라도 개헌에 속도를 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 후 미국 연방상원 의원단을 만나 “(한국이) 군사비 증액뿐 아니라 전시작전권 환수를 통해 미국의 부담을 줄이고 최소한 한반도 인근에서 우리 자체적으로 동북아의 안전과 평화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접견에는 미국 측에서 공화당 톰 틸리스 의원과 존 커티스 의원, 민주당 진 섀힌 의원과 재키 로젠 의원이 참석했고 제임스 헬러 주한미국대사대리도 자리했다.

이날 접견에서 이 대통령과 미국 의원단은 한미 동맹과 한반도 문제, 중동 전쟁의 파장 등에 대한 의견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올해 대미 투자 패키지를 포함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핵추진잠수함, 조선 등 협력을 진전시킬 수 있도록 상원이 적극적으로 지지해달라고 당부했다.

與, 대통령에 ‘플래시’ 세례...野는 시종일관 침묵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여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여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이 대통령을 향한 여야의 온도 차는 극명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 의원들보다 회의장에 먼저 도착해 이 대통령을 맞이했다.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통로 양옆으로 늘어선 민주당 의원들은 환한 표정으로 이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고 시정연설 도중에도 아홉 차례에 걸쳐 박수를 보냈다. 일부 의원들은 이 대통령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냉담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이 본격적인 연설에 앞서 야당 의원석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으나 의원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본예산 시정연설 당시처럼 검은 마스크를 쓰거나 피켓을 드는 식의 집단적인 항의 퍼포먼스는 진행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의원석으로 향해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의원석으로 향해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다. 반면 절반가량 국민의힘 의원들은 곧장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이 대통령은 연단에서 물러나며 여야 의원들에게 인사한 뒤 국민의힘 의석 쪽으로 퇴장하며 남은 의원들에게 악수를 건냈다. 이 대통령은 서일준·이헌승·송석준 의원과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일부 의원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짧은 인사를 나눈 후 이 대통령은 본회의장을 떠나지 않고 있던 여당 의원들과 사진 촬영을 하는 등 친밀감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연설 종료 26분여 만에 본회의장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청와대로 복귀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연설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추경안이 ‘지방선거를 겨냥한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하며 비판했다. 장 대표는 “(이번 추경안은) 선거 후 세금 핵폭탄을 떨어뜨리기 위한 달콤한 마취제”라며 “무능은 현금 살포로 덮어지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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