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로 뇌경색까지…한계 달한 검찰 ‘미제사건 시한폭탄’
입력2026-04-04 17:00
#최근 한 지방검찰청의 6년차 검사가 과로로 인한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옮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중환자실에 이송됐을 정도로 상태가 과중해 입원 일주일이 지나도록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수도권 검찰청에서도 한 평검사가 과로로 인한 몸의 이상을 느끼고 응급실에 입원했다가 밀린 일 처리를 위해 이틀 만에 퇴원해야 했다.
검찰의 인력난으로 인한 미제 사건 적체가 임계점 수준을 넘어서면서 조직 내부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수사 인력 감소로 미제 사건이 폭증한 상황에서 사직 및 휴직, 특검 파견으로 실 근무인원이 줄어들며 업무마비 상태에 접어든 것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검사 퇴직자 및 5대 특검 파견인력은 최소 115명에 달한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인천지검 현원(106명)보다도 큰 규모다. 최근 사직 의사를 밝힌 검사들의 사직 처리가 완료되지 않아 인력 공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대전지검 천안지청에서 2명의 평검사가 사직했고 1명은 휴직을 신청했다. 천안지청의 총검사 수가 17명, 평검사 규모는 10여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인력 중 18%가량이 업무에서 손을 뗐고 평검사로 한정하면 30%에 해당하는 인력이 이탈한 셈이다. 천안지청의 기존 정원은 35명으로, 절반도 안 되는 실근무 인원이 일을 쳐내고 있다. 수원지검 안양지청도 정원이 34명이지만 실근무 인력이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공백으로 인해 검찰 업무는 거의 마비된 상황이다. 일부 수도권 검찰청 내 형사부 미제 사건은 인당 500건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물리적으로 감당 불가능한 수준이다. 심지어 두세 명의 공백만 생겨도 1500건가량의 사건을 남은 인원들에게 재배당해야 한다. 압수수색이나 피의자 조사, 구속영장 청구 등 짜인 일정에 따라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검사 업무의 특성상 다른 사건이 재배당되면 기존 일정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사건 처리 적체와 장기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저연차 검사들의 의욕은 이미 바닥을 치고 있다. 천안지청에서 근무하는 안미현 검사(사법연수원 41기)는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수사검사 8명 중 2명이 사직을 선언했다”며 “어제는 지방 모검찰청 검사가 쓰러져 중환자실에 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오늘은 우리청에서 야근을 밥 먹는 듯하던 후배 검사가 응급실에 갔다”고 토로했다.
임관 5년 차인 부산지검 류미래 검사(변호사시험 10회)는 지난달 26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사직 인사를 통해 “정치적 논리가 사법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상황에서 저는 더 이상 제가 지향하는 방식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 사법 공백을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3~5년차 평검사 12명을 직무대리 형식으로 수원지검, 청주지검 등으로 파견했다. 법무부도 매년 8월에 진행되던 경력검사 임관을 다음달로 앞당겼다. 그러나 미제사건 적체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검사장은 “저연차 검사들을 만나도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달라는 말을 하기 미안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 안타깝다”며 “미제사건이 적체되는 사법 구조부터 문제인 것이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소 몇 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