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40억 달러 급감, ‘경제 방파제’ 흔들려선 안 돼
지난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한 달 새 39억 7000만 달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3일 외환보유액이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3월 말 기준 4236억 6000만 달러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미 달러화 강세로 기타 통화 외화 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줄어든 데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한은이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등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선 결과 감소 폭은 2025년 4월 이후 11개월 만에 최대에 달했다. 외환보유액 규모의 세계 순위는 2월 기준으로 전월보다 2단계 낮은 12위로 추락했다. 한국이 외환보유액 규모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26년 만에 처음이다.
이란 전쟁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달러 비상금’인 외환보유액이 급감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은 만큼 시장 안정화 조치가 불가피했을 수 있지만 달러 곳간이 비어가는 데 대해서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외환 당국은 지난해 4분기에만 약 225억 달러를 순매도하는 개입을 단행했지만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외환보유액을 동원한 환율 진정 효과를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4분기 초 1400원 수준이던 환율은 이미 1500원을 훌쩍 넘어섰다. 대외 변수에 취약한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매일 2조~3조 원씩 이탈하는데 시장 안정을 이유로 외환보유액을 계속 소진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물론 한국이 외환보유액 고갈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4000억 달러보다 훨씬 많은 외환이 비축돼 있고 달러 유동성도 풍부하다. 하지만 지금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전쟁의 향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발 변수 등 외환시장을 뒤흔들 악재가 언제 불거질지 모른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도 부담 요인이다. 외환보유액은 잠재적 위기로부터 우리 경제를 지키고 국제 신뢰를 유지할 방어막이다. 경제 체질 개선이라는 환율 방어의 근본 해법은 외면한 채 단기적 대증요법에 매달리느라 ‘경제 방파제’가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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