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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법 첫 원청 ‘사용자성’ 인정, 산업현장 대혼란 우려

입력2026-04-04 00:05

수정2026-04-04 00:05

지면 23면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인 지난달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인 지난달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시행 후 처음으로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결정이 나왔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2일 공공기관 하청노조연대가 제기한 교섭 요구 사건에서 원청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 4개 기관에 “실질적인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판정했다. 법 시행 불과 23일 만에 노동 당국이 하청 노조와 원청의 직접 협상을 가능하게 하는 물꼬를 터준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개별 사업장을 넘어 산업계 전반에 ‘교섭 대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조차 무력화됐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고용노동부는 올 2월 해석 지침을 통해 단순 용역 업체에 대한 작업 지시를 사용자성 인정 근거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는데도 지노위는 안전 관리와 인력 배치 등을 근거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당초 경영계에서 우려했던 대로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안전 조치를 강화할수록 ‘실질적 지배력’의 증거가 돼 발목을 잡는 역설이 현실화한 셈이다. 앞으로 하청 노조들이 안전 분야를 집중 공략해 사용자성을 주장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문제는 이런 혼란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현재 전국 지노위에 접수된 사용자성 판단 질의만 65건에 달한다. 당장 다음 주에 인천공항공사를 비롯해 KB국민카드·하나은행·쿠팡CLS 등 주요 사업장의 교섭 분리 판단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포스코 역시 하청 노조별 별도 교섭 여부를 두고 심판대에 올랐다. 원청 기업이 수많은 하청 노조들과 일일이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면 경영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경제는 초비상 국면이다. 중동 전쟁으로 유가·물가·환율이 뛰고 공급망 위기가 심각하다. 이런 와중에 ‘누가 진짜 사장인가’를 따지는 노사 갈등과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은 백해무익한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노란봉투법은 당초 사용자 범위 확대와 파업 시 손해배상 청구 제한, 포괄적 쟁의 대상 등 숱한 문제점이 예견됐음에도 여당 단독으로 강행됐다. 여기에다 정부가 예정한 대로 노동절(5월 1일)에 맞춰 특수고용직을 근로자로 간주하는 ‘근로자추정제’까지 입법되면 산업계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하청 노조의 무분별한 교섭 요구로 노사 관계가 회복 불능의 늪에 빠지기 전에 노란봉투법의 부작용을 줄일 보완 입법을 서두르고 보다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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