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국제질서 흔들어”·마크롱 “폭격 진정돼야”…중동전쟁에 가까워진 韓佛
■ 李대통령·마크롱 정상회담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
호르무즈 수송로 확보 협력 강화
중동發 에너지 위기에 공동 대응
원전 등 3개 협정 개정·11건 MOU
6월 G7 초청도…李 “감사히 수락”
입력2026-04-04 05:30
수정2026-04-04 05:30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호르무즈해협의 안전한 해상 수송로 확보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과 프랑스는 이날 경제·문화 협력을 넘어 안보 분야까지 공조를 확대하며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기로 했다.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지 22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중동 전쟁의 여파가 국제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며 “세계경제와 에너지 분야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양국이 방위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중동 사태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호르무즈 지역을 포함해 폭격과 폭력이 진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국은 원자력 공급망과 핵심 광물, 인공지능(AI) 등 전략산업 협력을 중심으로 3개 협정을 개정하고 11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이 대통령은 “원자력과 해상풍력 협력을 확대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겠다”며 “지난해 150억 달러였던 교역액을 2030년 2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수력원자력과 프랑스 오라노·프로마톰 간 협력으로 원전 연료 공급을 안정화하고 글로벌 원자력 시장 공동 진출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우주·방위산업은 물론 AI·양자·반도체 등 협력 분야가 다양하다”며 “농식품과 문화·기후 분야까지 협력을 확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올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이 대통령을 초청한 데 이어 9월 국제영화영상산업 정상회의의 공동 주최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감사히 수락한다”고 화답했다.
핵연료는 佛, 시공은 韓이 맡기로…전남 해상풍력도 공동 개발
중동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안보 위기를 계기로 한국과 프랑스가 원자력과 해상풍력·첨단산업을 아우르는 전방위 협력에 나섰다. 양국은 글로벌 원전 시장 공동 진출을 추진하는 한편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며 협력 범위를 경제를 넘어 안보 분야까지 넓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과 공동 언론발표에서 “원전 연료 공급부터 글로벌 시장 공동 진출까지 이어지는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양국 협력 확대 방안과 관련해 “민간 원자력 분야도 포함된다”며 “원자력 융합이나 레이저 분야 등에서도 연구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과 프랑스 오라노·프라마톰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원전 공급망 전반을 아우르는 협력 구조를 구축하기로 했다. 연료 공급 안정성과 설계·정비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원전 시장에 공동 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중동發 에너지 위기 공동 대응…한수원, 佛 원전기업과 MOU
오라노는 우라늄 채굴부터 농축, 연료 제조,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까지 담당하는 핵연료 전문 기업으로 프랑스 원전 공급망의 핵심 축이다. 재처리 기술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기업으로 최근 중동·아프리카 정세 불안 속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프라마톰은 원자로 설계와 핵심 기기 제작,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증기발생기와 가압기 등 주요 설비를 생산하고 전 세계 원전 정비를 수행한다. 프랑스전력공사(EDF)가 대주주로 참여해 국가 원전 전략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한국의 시공·공정 관리 능력과 프랑스의 연료·설계 기술을 결합할 경우 글로벌 시장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료·설계·시공’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 협력 구조를 통해 단일 국가로는 수행하기 어려운 대형 프로젝트 대응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양국이 핵심 국가기술인 원전 협력 강화에 나선 배경에는 중동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중동전쟁의 여파가 국제 질서를 흔들고 있으며 세계경제와 에너지 분야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상풍력 분야 MOU도 같은 맥락으로 한수원과 EDF가 전남 영광 해마 해상풍력 발전사업 공동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한수원은 지분 참여와 함께 사업 관리 및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역할을 맡고, EDF 역시 지분 참여와 사업 관리 등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양국은 원자력과 해상풍력 등 에너지뿐만 아니라 핵심 광물,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자 기술 등 첨단산업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AI·반도체·양자 협력과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통해 신성장 동력과 산업 안정 기반을 동시에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경제 협력 확대 목표도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양국 교역액이 150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며 “2030년 2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문화·인적 교류 확대도 병행된다. 양국은 워킹홀리데이 협정 개정과 항공 협정 개선 등을 통해 교류 기반을 확대하고 ‘인적 교류 100만 명 시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공동 언론 발표에서 “대한민국과 프랑스는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며 “불안정한 국제 환경 속에서 다자주의적 해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중심의 일방주의 흐름 속에서 다자주의 외교를 통해 국제 질서의 불확실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재용, 미스트랄 AI 회장 만나…‘민간 외교장’ 된 국빈 오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계기로 3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프 정상회담 국빈 오찬장은 재계와 문화계·학계를 아우르는 ‘민간 외교의 무대’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주요 경제인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원전, 방산, 바이오, 문화 관광까지 다양한 협력 논의가 이뤄졌다. ★본지 4월 2일자 6면 참조
이날 오찬장에서 특히 눈길을 끈 장면은 이 회장과 프랑스 인공지능(AI) 기업 미스트랄AI의 아르튀르 멘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나란히 앉은 모습이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모바일 경쟁력과 유럽을 대표하는 생성형 AI 기업 수장의 만남은 한·프 협력의 무게중심이 제조업을 넘어 AI와 반도체·첨단기술 분야로 옮겨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울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비롯해 김회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신익현 LIG넥스원 대표, 김종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도 참석했다. 문화 관광은 물론 원전·방산까지 아우르는 인사들이 대거 자리하면서 오찬장은 산업 협력의 축소판을 방불케 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이사, 이장한 종근당 회장도 함께했다. 기존 제조업 중심의 재계 행사와 달리 바이오·원자력·재생에너지·플랫폼 기업 인사들까지 폭넓게 포함되면서 양국 협력 의제가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오찬 테이블에 오른 의제도 기업들의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었다. 양국 정상과 참석자들은 AI, 양자기술, 첨단 제조, 원자력 에너지 등을 중심으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 수급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협력 필요성도 자연스럽게 화두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프랑스는 대한민국의 오래된 친구이자 동료”라며 “6·25 전쟁과 산업화 과정에서 중요한 조력자였다”고 말했다. 이어 “1980년대 프랑스 기술을 토대로 원전이 건설되며 빠른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었다”며 원전 협력의 의미를 재차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답사에서 한국어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한 뒤 “한·프 관계는 우리의 심장을 잇는 ‘금실’과 같다”고 화답했다. 이어 “에너지·반도체·우주·AI 등 미래 산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건배사에서는 한국어로 “위하여”를 외치며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오찬에는 문화·학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해 양국 교류의 폭을 보여줬다. 문화계에서는 배우 전지현과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 키즈, 이배·최예태 화백, 방송인 이다도시 등이 자리했고 학계에서는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과 윤동섭 연세대 총장, 문시연 한불협회 회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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