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지들끼리 싸움에 실망 했심더”…흔들리는 보수 텃밭
[6·3 지선 부산 민심 들어보니]
‘분열’ 국힘에 야당의 역할 못해
“50 대 50”· “여당 찍어야 하나”
경기 최악 속 보수 무용론 확산
청년층은 인물보단 정책에 방점
“민주 별로”…反진보 정서도 여전
입력2026-04-05 17:16
수정2026-04-05 23:32
지면 6면
“하는 짓이라고는 싸움밖에 없어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입니더.” (부산 시민 권 모 씨)
이달 3일 정기 장날을 맞은 부산 북구 구포시장. 좌판마다 채소와 생선값을 흥정하는 목소리가 오갔지만 정치 이야기가 나오자 상인과 손님들 표정이 먼저 굳어졌다. 시장에서, 거리에서, 주택가에서 만난 시민들은 하나같이 “보수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평생 보수 정당만 찍어왔다는 이들 사이에서도 “이번에는 여당을 찍어야 하나”라는 말과 “차라리 투표를 안 하겠다”는 체념이 함께 흘러나왔다.
부산은 대구와 함께 대표적인 보수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10년간 치러진 세 차례의 총선에서 부산 54개 지역구 가운데 45곳을 보수 진영이 차지했고, 2024년 총선에서도 민주당 의석은 1석에 그쳤다. 지방선거 역시 2018년을 제외하면 2014년 이후 부산시장 자리는 줄곧 보수 진영이 지켜왔다. 그만큼 현장에서 감지되는 표심의 균열은 가볍게 넘길 흐름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 연제구 시청 인근에서 만난 강 모(47) 씨는 “한 번도 진보 진영에 표를 준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정말 고민된다”며 “원래 같으면 이쯤에서 이미 후보를 정했을 텐데 지금은 딱 50대50”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부동산업을 해 민주당에 선뜻 마음이 안 가는 것 또한 사실”이라면서도 “보수에 대한 실망이 너무 크다. 정부라는 뒷배가 있는 여당을 한 번 믿어봐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고 했다.
지난 시장 선거에서 박형준 현 부산시장을 찍었다는 또 다른 시민 강 모(45) 씨도 이번만큼은 민주당 후보 쪽을 유심히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지역에서 대학교수를 지낸 박 시장이 부산을 잘 알 거라 생각해 표를 줬지만 훌륭한 행정가라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며 “다시 시장 선거에 나서는 것도 부산을 위한 진정성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는 전재수 의원도 논란은 있지만 아직 판결이 난 사안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보수 진영이 오랜 기간 지역 정치를 주도했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는 불만 또한 적지 않았다. 부산의 지난해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은 0.5%로 전년보다 2.2%포인트 하락해 전국 평균(1.0%)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1인당 GRDP 역시 최하위권을 맴돌며 ‘제2도시’ 부산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령화율이 높은 사하구 동매역 인근 주택가에서 만난 한 의류 소매점 상인은 “77년을 살았지만 요즘 경기는 정말 최악”이라며 “여당도 숫자만 믿고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만 한다. 이럴 거면 여당·야당이 왜 있나. 투표한다고 내 삶이 바뀔 것 같지도 않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북구 구포시장에서 만난 전 모(63) 씨 역시 “소위 ‘윤 어게인’ 세력도 정리하지 못하고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으며 보수를 궤멸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렇다고 민주당을 찍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이번 시장 선거는 아예 안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보수에 대한 실망과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이 동시에 작동하는 셈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국민의힘을 향한 불만이 곧바로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는 분위기도 읽혔다. 이날 만난 택시기사 박 모(72) 씨는 “주변 사람들과 정치 이야기를 해보면 국민의힘이 여당을 견제할 야당다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있다”면서도 “그래도 여긴 부산이고, 선거 앞두고 지원금을 뿌리는 민주당에는 정이 안 간다. 결국 국민의힘을 찍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는 정당이나 이념보다 실리를 따지는 기류도 감지됐다. 연제구 연산역 인근에서 만난 김 모(24) 씨는 “이 주변만 봐도 아파트만 계속 들어서고 있다”며 “누가 되든 청년 일자리와 주거·생활 문제를 진심으로 풀 시장을 뽑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시장을 두고 국민의힘은 현역인 박 시장과 주진우 의원(부산 해운대갑)이 일찌감치 경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전 의원(부산 북갑)과 이재성 전 부산시당위원장이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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