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강 등 전세 50% 급감에 ‘탈서울’…안양 84㎡ 집값 15억 넘어
[전세난에 경기 신고가 행진]
서울 전세수급지수 5년來 최악
구리·하남 등 실수요 대거 유입
서울 거주자 매수비중 35% 달해
용인 수지 성복 84㎡도 17억 넘어
경기도 전세난…매수세 부추길듯
입력2026-04-05 17:46
“지난 토요일도 서울 사는 신혼부부 2팀이 찾아와서 매수할 집을 보고 갔습니다. 출퇴근만 가능하면 된다며 최대한 넓게 지역을 보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달 초 찾은 경기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원래 이맘때는 신혼부부들이 전세 물건을 찾을 시기인데 최근에는 매매 문의가 상당히 늘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서울에는 일단 전세가 없고 그렇다고 집을 사려니 너무 비싸 결국 안양까지 왔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급매는 대부분 빠졌는데 여전히 찾는 사람이 많다보니 가격이 계속 오르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서울 전세 매물이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전세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안양·광명·용인·하남 등 서울에 인접한 경기 지역의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전셋집 구하기가 힘들어 매수에 나섰지만 대출 규제와 높은 집값 탓에 여의치 않자 경기도로 발길을 돌리면서 ‘탈서울’이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5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으로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2.41를 기록해 2021년 8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통상 전세수급지수가 150을 넘으면 전세난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180을 넘어서면 전세대란 수준으로 간주된다. 강북의 경우 지난 달 182.23을 찍었다.
실제로 서울 강북권의 전세 매물은 빠르게 메말라 가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노원구는 연초 686건이던 전세 매물이 218건으로 68.3% 줄었고, 도봉구와 강북구도 같은 기간 50% 넘게 전세 매물이 감소했다. 전세난으로 인해 임차 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면서 서울 서남권과 동북권의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자 인근 경기 지역으로 매수세가 몰리며 매매가격을 밀어올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에서 아파트 매매가가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용인 수지구로 지난 달 말까지 상승률이 6.44%에 달했다. 이어 안양 동안구(5.19%), 구리시(4.03%), 성남 분당구(3.98%), 하남시(3.86%), 광명시(3.84%) 순으로 높았다. 매매가 상승률 상위 지역 6곳이 모두 서울과 인접한 경기 지역으로 수도권 전반의 집값 상승세가 확산되는 양상이 뚜렷했다.
이들 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은 서울 거주자들의 매수세 유입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2월 거래된 경기도 아파트 2만 317건 중 서울 거주자 매수 건수는 3077건으로 15.1%를 차지해 지난해 동기(11.5%)에 비해 3.6%포인트 늘었다. 특히 서울과 가까운 구리·하남·남양주 등의 경우 서울 거주자의 매수 비율이 35% 안팎에 달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중심의 대출 규제와 전세시장 불안이 맞물려 15억 원 미만 매물이 많아 대출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서울 외곽과 인접 지역으로 수요가 분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들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안양 동안구 호계동 ‘평촌센텀퍼스트’ 전용 84㎡는 지난 달 29일 15억 6000만원에 계약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2월 거래 가격인 14억 6500만 원에서 한 달만에 1억 원 가까이 올랐다. 안양에서 동일 면적 기준 15억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인 수지구 성복동 ‘롯데캐슬골드타운’ 전용 84㎡도 지난 달 11일 17억40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12월 이후 매달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구리시 힐스테이트구리역 전용 59㎡도 3월 10억 6750만 원에 계약되며 지난해 말보다 5000만 원가량 올랐고, 하남시 미사강변센트럴자이 전용 96㎡ 역시 비슷한 기간 1억 원가량 오른 16억 3000만 원에 신고가를 갱신했다.
이들 지역에서 급매물이 속속 소진되면서 매수자들 사이에서 ‘가격 경쟁’이 벌어지는 일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비산동 B중개업소 대표는 “평촌자이아이파크 전용 59㎡가 최근 실거래가인 9억 5000만 원을 웃도는 9억 7000만 원에 협의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주말 동안 10팀 이상 방문하는 등 매수세가 붙더니 호가보다 1000만 원 더 비싸게 팔렸다”고 전했다.
서울을 넘어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전세난은 이 같은 매수세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세 매물은 1만 5464건으로 집계 이후 사상 최저치를 연일 새로 쓰고 있다. 경기도 역시 전세 매물이 1만 2830건으로 연초 대비 28%%가량 감소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서울 외곽의 경기도 위성도시들은 전월세 매물이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라 매매 수요 전환이 일어나는 모습이 뚜렷하다”며 “당분간 임대주택 공급이 제한돼 있어 전세난과 월세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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