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론 AI 시대 인간 생존법[김창영 특파원의 실리콘밸리View]
AI가 추론하며 답 찾는 에이전트 확산
질문도 사람이 아닌 AI가 하며 답 찾아
AI 진화에 개발자도, 블루칼라도 위기
AI 활용법 익히며 구조조정 대비해야
2022년 오픈AI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인 ‘챗GPT’가 등장한 후 곧 사라질 직업이 무엇인지가 사회적 관심사였다. 위기의 직업에는 번역가·상담사는 물론 변호사·세무사·회계사와 같은 전문직까지 포함됐다. AI가 묻는 말에 척척 답해주고 전문 문서도 만들어주니 위기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까지는 일자리 위기론이 불거질 때마다 ‘질문은 AI가 아닌 사람이 한다’는 말로 위안을 삼으며 실낱같은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AI는 사람이 묻는 질문에 답하는 챗봇(대화 상대)일 뿐이라는 논리였다. 실제 기업들이 앞다퉈 챗봇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큰 호응은 얻지 못했다.
그런데 AI 챗봇이 추론하는 에이전트로 진화하면서 몇 달 만에 또 판이 바뀌었다. AI는 이제 질문에 답만 하지 않는다. 주어진 과제에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판단하며 시키지 않은 일도 처리한다. 잠도 안 자고 24시간, 365일 내내 비서 역할을 한다. 오픈클로까지 등장하면서 공짜로 코드를 받아서 AI 비서를 만드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추론은 일련의 질의응답 과정이다. 과제를 주면 AI가 스스로 묻고 답하면서 결과물을 도출한다. 사람은 결과물을 받아들이거나 보완을 요구할 뿐이다. 이란 공습 때 핵심 기술을 제공한 팰런티어의 시암 상카르 최고기술책임자는 이번 전쟁을 “AI 주도의 첫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타격 목표를 부여받은 AI가 스스로 시뮬레이션하고 최적의 타격법을 찾으면 지휘관은 최종 발사 버튼을 누를지 여부만 결정하면 된다.
추론 AI 등장 이후 빅테크 감원 양상도 달라졌다. 오라클은 천문학적인 자본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주 수천 명을 내보내는 감원 행렬에 가세했다. 오라클이 다음 달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사업장에서 내보내기로 한 539명의 직군을 보면 소프트웨어 개발자 85명, 시스템 분석가 43명, 프로그램 관리자 39명, 영업사원 35명, 컨설팅 24명 순이다. 화이트칼라 위기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번에는 핵심 인력까지 상당수 포함됐다. 코딩 문외한도 에이전트로 코딩할 수 있게 되면서 개발자도 풍전등화 처지다.
화이트칼라 위기에도 살아남는다던 블루칼라도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다. 지난주 방문한 어플라이드인튜이션 본사에서는 고령화와 건설 현장 인력난 해법으로 각종 자율주행 장비들이 소개됐다. 회사 관계자는 원격 조종사 1명만 있으면 장비 수십 대를 돌릴 수 있다면서 건설 인력이 없어 400억 달러(약 60조 4000억 원)짜리 사업을 날릴 일도, 광산 속에서 극한의 12시간 교대 근무를 버틸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모시기가 한창인 한국 건설 현장 풍경이 조만간 바뀔지도 모른다.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지 갑론을박하는 것은 의미 없는 논쟁일 뿐이다. 수년째 이어지는 빅테크 감원에서 보듯 AI는 이미 일자리를 뺏고 있다. AI 황제로 불리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든다”면서도 “어떤 일은 새로 나타나고 어떤 일은 사라질 것”이라며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시사하고 있다. 과거에는 실직자도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복귀할 수 있었지만 AI 시대 구조조정은 AI에 적응한 사람들만 돌아올 수 있다.
추론형 에이전트 개발 열풍 속에 올해 주요 빅테크들이 쏟아붓는 투자액만 1000조 원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떠나간 직원들이 얼마나 다시 채워질지 불투명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AI를 잘 다룰 수 있는 사람만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콧대 높은 바둑기사조차 AI에게 배우며 AI 시대 생존법을 터득하는 실정이다. 필기 속도가 컴퓨터 타자보다 빠를 수 없고 이세돌이 알파고의 모든 수를 읽을 수 없듯이 AI와 대결 구도로 가면 필패한다. AI를 다룰 줄 아는 사람만 AI와 공존하며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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