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보수”도 등 돌렸다…‘철옹성’ 부산, 여야 막상막하 대격변
[6·3 지선 부산 민심 들어보니]
‘분열’ 국힘에 야당의 역할 못해
“50 대 50”· “여당 찍어야 하나”
경기 최악 속 보수 무용론 확산
청년층은 인물보단 정책에 방점
“민주 별로”…反진보 정서도 여전
입력2026-04-06 07:04
“하는 짓이라고는 맨날 싸움박질뿐입니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입니더.”(부산 시민 권 모 씨)
이달 3일 정기 장날을 맞은 부산 북구 구포시장. 좌판 위 생선 비린내 섞인 활기 속에서도 정치를 묻는 말에는 싸늘한 침묵과 날 선 비판이 먼저 돌아왔다. 시장 골목, 거리, 주택가에서 만난 시민들의 목소리는 하나로 수렴됐다. “보수 정당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성토다. 대대로 보수에 표를 던져온 이들 사이에서조차 “이번엔 여당(민주당)을 찍어야 하나”라는 고뇌와 “투표장을 가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무력감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그간 부산은 대구와 함께 보수의 ‘콘크리트 지지’를 상징하는 땅이었다. 최근 10년 세 차례 총선에서 보수 진영은 54석 중 45석을 휩쓸었고, 2024년 총선에서도 민주당에 단 1석만을 허용했다. 지방선거 역시 2018년 한 차례를 제외하면 10년 넘게 보수 시장이 시정을 장악해왔다. 하지만 이번 현장에서 감지된 표심의 균열은 그 깊이가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다.
연제구 시청 인근에서 만난 강 모(47) 씨는 평생 보수만 지지해온 ‘골수팬’이었지만, 지금은 마음이 갈 곳을 잃었다. “원래 이맘때면 후보를 정했을 텐데 지금은 딱 50대 50”이라는 그는 “부동산업을 하니 민주당에 거부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보수의 무능에 질렸다. 차라리 중앙정부 지원을 확실히 끌어낼 여당(민주당)을 믿어보는 게 실익이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박형준 현 시장에 대한 실망감도 기저에 깔려 있었다. 지난 선거에서 박 시장을 찍었다는 강 모(45) 씨는 “교수 출신이라 기대를 했지만, 행정가로서의 성과는 희미하다”며 “다시 출마하는 것도 시정보다는 다음 정치적 행보를 위한 발판처럼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여당 후보로 유력한 전재수 의원도 개인적 논란은 있지만, 지역을 위해 일할 인물인지는 다시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장기 집권한 보수 진영이 정작 부산의 기초체력을 키우지 못했다는 ‘심판론’도 거세다. 지난해 부산의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은 0.5%로 전국 평균(1.0%)의 반 토막에 그쳤다. 1인당 GRDP 역시 최하위권을 전전하며 ‘제2도시’의 자부심은 상처 입었다.
전통적 텃밭인 사하구 동매역 일대도 싸늘하긴 마찬가지였다. 77세의 한 의류 상인은 “요즘 경기는 그야말로 최악”이라며 “여당은 숫자 믿고 밀어붙이고, 야당(국민의힘)은 싸우기만 하니 투표한다고 삶이 바뀌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북구 구포시장의 전 모(63) 씨는 이른바 ‘윤 어게인’ 세력을 겨냥해 “제 살 깎아 먹기로 보수를 궤멸시키고 있다”며 “민주당을 찍지는 않겠지만, 이번 시장 선거는 아예 포기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이러한 ‘보수 혐오’가 곧바로 민주당의 ‘득표’로 치환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택시기사 박 모(72) 씨는 “국민의힘이 야당다운 선명함이 전혀 없다는 데는 다들 공감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선거 때마다 돈 뿌리는 민주당에 정을 주기도 어렵다. 결국 미워도 다시 한번 국민의힘을 찍지 않겠느냐”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청년 세대는 이념의 대결 구도를 벗어나 철저한 ‘실리’에 주목하고 있다. 연산역 인근에서 만난 김 모(24) 씨는 “주변에 아파트만 숲을 이루지 청년의 삶은 바뀐 게 없다”며 “정당보다 취업과 주거 문제를 진심으로 풀 인물을 뽑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6.3 지방선거를 향한 대진표는 이미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수성파인 박 시장과 해운대갑의 주진우 의원이 경선 레이스에 돌입했고, 민주당은 3선 고지에 오른 전재수 의원과 이재성 전 시당위원장이 ‘부산 탈환’의 깃발을 들고 맞불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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