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로 싸게 파느니 물려주자”…서울 증여 한달새 53% 늘었다
지난달 1382건…3년3개월來 최대
양도세 중과유예 일몰 앞두고 급증
마포·노원·광진도 전달보다 2~3배↑
강남 3구 이어 서울 전역으로 확산
입력2026-04-06 17:52
수정2026-04-06 18:10
지면 3면
서울 지역의 집합건물 증여 건수가 지난달 1300건을 넘어서며 3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일몰을 앞두고 집을 팔기보다는 자녀에게 증여하는 다주택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6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연립·다세대·오피스텔 등) 증여 건수는 1382건으로 전월(903건) 대비 53%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49건의 증여가 이뤄졌던 것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월간 기준으로는 2022년 12월(2384건)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대치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기준 증여 건수도 5212건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2892건) 대비 80% 이상 늘었다. 이 역시 2022년 12월(9342건) 이후 최대 규모다.
2월까지 강남 3구 중심으로 이뤄졌던 증여 거래는 서울 전역으로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 전체 증여 거래에서 강남 3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월 20~30% 규모였으나 지난달에는 18%로 축소됐다. 강남구(86건), 서초구(81건), 송파구(82건) 등 강남 3구 증여 건수가 전월 대비 약 20%(44건) 늘었으나 마포·노원·광진구 등의 증여 거래는 2~3배씩 급증했다. 마포구의 경우 2월 24건 이뤄졌던 증여가 지난달에는 81건으로 57건 늘었고 광진구도 같은 기간 21건에서 65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노원구 역시 같은 기간 32건에서 82건으로 50건이나 늘었다. 이 밖에 강동·강서·동작·은평·동대문·중구 등에서도 전월 대비 20여 건씩 증여 거래가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고령층 중심의 증여가 뚜렷했다. 70대 이상이 653건을 증여해 전체의 47%를 차지했고 60대 472건(34.2%), 50대 253건(18.3%) 순으로 확인됐다. 40대 증여는 79건이지만 전월 42건과 비교해서는 증가 폭이 86%가량으로 가장 컸다. 주택을 넘겨받은 수증인은 자녀 세대가 대부분으로 30대가 431건(31.2%)으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391건(20.4%)으로 뒤를 이었다. 20대도 233건으로 전체의 16.9%가량을 차지해 적지 않았으며 미성년 자녀도 37명(2.7%)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일몰을 앞두고 세금 회피 목적의 증여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집값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급매로 싸게 팔기보다는 세금을 감수하더라도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증여세는 증여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집값이 하락할수록 세 부담이 줄어든다.
증여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A세무사는 “다주택자에 한해 ‘세 낀 매물’의 거래를 열어주면서 그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문제로 가로막혀 있던 ‘부담부증여(전세금·대출 등 채무도 승계하는 방식)’가 일부 가능해졌다”며 “향후 추가 규제가 나올 수도 있어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아닌 연립·다세대 등을 미리 증여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강력한 대출 규제 때문에 적절한 매수자를 찾지 못한 다주택자가 매매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4·1 가계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등을 더욱 옥죌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당분간은 증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매수하려면 현금만 10억 원 가까이 필요한데 그만한 자금이 준비된 매수자가 많지 않다”며 “가격을 대폭 내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집을 처분하느니 양도세보다 증여세를 더 물더라도 자녀에게 물려주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