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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의 성패

■이광림 EY컨설팅 전략마켓본부장

입력2026-04-06 18:04

지면 21면
이광림 EY컨설팅 전략마켓본부장
이광림 EY컨설팅 전략마켓본부장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급증하면서 기업 운영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AI 혁신의 발원지인 미국에서는 2025년 상반기 AI 관련 기업 투자가 연율 기준 18% 증가했으며, 2020년 이후 AI 투자의 누적 증가율은 48%에 달한다. 반면 비(非)AI 투자는 정체되며 자본이 특정 기술 영역으로 집중되는 양상이 뚜렷하다.

기업들의 도입 속도 또한 가파르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AI 도입을 위한 기업 지출이 2030년까지 누적 19조 9000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의 평가 기준도 변하고 있다. 단순 도입 여부가 아니라, AI 투자가 비용 구조와 수익 모델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으로 떠올랐다. 동일하게 AI를 도입했더라도 기업 간 성과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AI 활용 방식에 따라 기업의 전환 경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기존 업무 효율화에 AI를 단순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기업들은 사람 중심의 기존 프로세스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SGI 조사에서 생성형 AI 활용으로 근무시간은 평균 17.6% 감소했지만, 활용 범위는 단순업무 제거에 편중됐다.

반면 사업 모델 자체를 AI 기반으로 재설계하는 기업들은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은 AI 도입 이전에는 없던 데이터와 서비스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기존 생산·운영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는 제조 공정과 로봇을 가상 공간에서 학습시킨 후 실제 생산 현장에 반영하는 식의 로봇 시뮬레이션 데이터로 제조업의 경쟁 방식을 바꾸고 있다. 오라클은 AI 기반 개발 업무 효율화를 통해 조직과 비용 구조를 재정비하고 확보한 자원을 AI 인프라에 재투자했다. IBM과 델 또한 AI를 활용해 인사관리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직위 체계를 단순화하는 등 경영관리 방식을 재설계하고 있다.

데이터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도 형성되는 추세다. 미국 세이신트와 초이스포인트가 보유한 자동차·주택 보유정보, 금융거래정보 등은 합성 데이터로 가공돼 판매되고 있다. 이를 활용한 AI 분석이 고도화되면서 팰런티어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분석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AI 투자의 본질은 기술 도입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통해 인적 자원의 역할, 데이터의 성격, 조직의 구조를 어떻게 재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 AI를 도입했더라도 기존 프로세스를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면 성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반대로 새로운 데이터 자산을 만들고, 비용 구조와 조직 모델을 전환하는 기업은 장기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AI를 통해 어떤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업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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