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 추경, 청년 창업·지역 혁신의 마중물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입력2026-04-06 18:15
수정2026-04-06 23:49
지면 30면
최근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면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복합적 충격 속에서 정부가 26조 2000억 원 규모로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위기 대응 과정에서 재정의 역할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이번 추경은 단순한 경기 대응을 넘어 미래 산업구조를 준비하는 전략적 투자의 의미를 갖는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재정을 투입함으로써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의 성장 기반을 강화하려는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청년 창업’과 ‘지역 혁신’을 중심에 뒀다는 점에서 단기적 경기 부양을 넘어 구조적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청년 고용의 불확실성이다.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 있는 청년층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청년 창업과 일자리 지원에 1조 9000억 원이 반영된 것은 기술 변화 속 고용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선택으로 보인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총 8개 사업에 1154억 원을 편성한 것은 연구개발(R&D) 기반 창업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이해된다.
첫째, 4대 과학기술원(KAIST·GIST·DGIST·UNIST)의 창업·사업화 협력에 638억 원이 투입되는 점은 의미가 있다. 딥테크 분야는 장기간 R&D와 높은 기술 위험을 수반하지만 성공할 경우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연구 성과가 논문에 머물지 않고 기술 검증과 초기 시장 진입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 확보와 직결되는 과제다.
둘째, 기술 창업이 지역 경제의 기반으로 자리 잡도록 연구개발특구 육성에 87억 원을 투입하는 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술 창업은 초기 단계에서 장비 확보, 인증, 투자 유치 등 이른바 ‘데스밸리’를 겪는 경우가 많다. 연구개발특구는 과기원과 출연연구기관, 지역 기업을 연결하는 산업화 플랫폼으로서 기술이 지역에서 기업과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셋째, 초기 시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AI청년기업 동반성장 바우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통 제조업 기업이 청년 창업 기업의 AI 전환(AX) 솔루션을 도입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은 기술 공급과 산업 수요를 연결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청년 기업에 첫 시장을 제공하고 기존 산업에 생산성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는 상호 보완적 정책이다.
마지막으로 ‘수도권 AI 선도지구 발굴’ 사업은 산업 집적 효과를 고려한 정책적 시도다. AI 산업은 인재, 데이터, 반도체, 컴퓨팅 인프라가 결합될 때 경쟁력이 형성된다. 초기에는 인프라가 집중된 지역에서 집적 효과를 형성하고 이후 기술과 투자 네트워크를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전략도 가능하다.
이번 ‘과학기술 추경’은 단순한 재정 지출을 넘어 기술 기반 경제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정책적 신호다. 딥테크 분야는 단기간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기보다 고숙련 일자리를 만들고 장기적으로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특징을 갖는다. 질 높은 일자리와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재정은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선택이다. 청년 창업과 지역 혁신에 대한 투자가 단기적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적인 기술 축적과 산업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때 비로소 정책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번 추경이 청년 연구자와 창업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산업 생태계의 기반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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