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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조훈현 “바둑도 정치도 ‘사소취대’ 명심해야... 작은 이익 집착하면 못 이겨”

■‘바둑 황제’ 조훈현 한국기원 수석부이사장

행정가 변신…초등 저변확대 나서

“예의·책임지는 법 등 배울수 있어

이창호도 천재 아닌 노력의 결실

정치권 악수 적게두기 경쟁 아쉬워”

입력2026-04-08 07:30

수정2026-04-08 07:30

지면 29면
조훈현 한국기원 수석부이사장이 7일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 앞서 바둑판에 돌을 놓고 있다. 권욱 기자
조훈현 한국기원 수석부이사장이 7일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 앞서 바둑판에 돌을 놓고 있다. 권욱 기자

“바둑 기사들은 대국할 때 항상 차렷하고 인사부터 합니다. 바둑은 예의를 가르치는 종목이기 때문입니다.”

조훈현 한국기원 수석 부이사장은 7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유소년을 대상으로 한 바둑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계 최연소 입단(9세 7개월 5일)을 시작으로 1978~1983년 6년 연속 최우수 기사, 세계대회 그랜드슬램(응씨배, 후지쓰배, 동양증권배) 달성 등 바둑과 관련한 숱한 기록을 보유한 국수(國手)이다. 지난해에는 영화 ‘승부’가 개봉해 제자인 이창호 9단과의 치열한 수 싸움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그는 바둑알을 당분간 내려놓고 바둑행정가의 길을 걷게 됐다. 지난달 12일 한국기원의 수석 부이사장으로 선임돼 바둑 장려와 확산 등 업무를 맡은 것이다.

조 부이사장은 핵심 과제로 초등학교 정규 교과 바둑 수업의 확산을 꼽았다. 그는 “바둑은 상대에 대한 예의뿐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법, 다음에 벌어질 상황을 예측하고 분석하는 사고력, 집중력 등을 키울 수 있다”면서 “일주일 1~2시간 정도의 수업은 바둑 저변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단 바둑을 접하면 흥미를 갖고 실력을 더 키우기 위해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프로·아마추어 기사들이 학교에서 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원은 정부와 함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바둑 수업을 희망하는 학교들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 현장의 호응이 높아지면서 참여 규모는 2020년 6개 학교 476명에서 올해 21개 학교 2002명으로 늘었다. 특히 울산시가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지원에 나서 올해부터 36개 학교의 학생 9908명을 대상으로 수업이 시작됐다. 조 부이사장은 이에 대해 “지자체, 한국기원 모두 예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국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바둑 교육에 대한 학생, 학부모들의 호응이 좋으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바둑의 저변이 확대돼 대기록이 깨지고 또 깨지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 좋다”고도 언급했다. 세계 바둑계의 최정상으로 군림한 그는 ‘바둑 황제’로 통했다. 영화 ‘승부’에서처럼 제자 이창호가 등장하며 조 부이사장이 보유한 여러 기록이 깨졌다. 이창호는 조 부이사장에 세웠던 국내 최다승 기록(1968승)을 새로 썼다. 10대 유하준 초단 역시 9세 6개월 만에 프로기사로 입단하며 조 부이사장의 최연소 입단 기록을 갈아치웠다. 조 부이사장은 “기록은 누군가가 새로 쓰고 또 깨지고 하는 것이 맞다”며 “지금 또 누군가는 이창호의 최다승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언젠가 그 기록도 새로 바뀌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바둑을 잘 두기 위해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조 부이사장은 “이창호도 재능이 뛰어났지만 대단한 천재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학교에서 돌아온 뒤 밤에 잘 때까지 바둑 공부를 한 결과가 이창호를 일류로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또 하면 이창호처럼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6년 정치인으로 깜짝 변신했다. 바둑계의 숙원인 바둑진흥법 제정을 위해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것. 바둑진흥법 통과 등 정치인으로서 소임을 다한 뒤 정계를 떠났다. 그는 극단적인 대립이 이어지는 여야 정치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정치인은 사소취대(捨小取大)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둑에서 자신의 돌 몇 개를 살리거나 상대의 돌 몇 개를 잡으려고 하는 등 작은 이익에 집착하면 큰 이익을 놓쳐 결국 패배하게 된다. 정치인이라면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그는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생각하지 않고 자기나 자기 편의 이익만 취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욕심을 부려 작은 것에 집착하고 큰 것을 못 보면 바둑에서도 정치에서도 뛰어난 사람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여야 가릴 것 없이 좋은 수(手)를 두는 게 아니라 어느 쪽이 더 악수(惡手)를 더 적게 두는지가 관건이 된 세상이 됐다”며 “정치권 밖에서 바라보니 참으로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조훈현 한국기원 수석부이사장이 7일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바둑 저변 확대에 대한 의견을 설명하고 있다.  권욱 기자
조훈현 한국기원 수석부이사장이 7일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바둑 저변 확대에 대한 의견을 설명하고 있다. 권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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